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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강경 치닫는 남-북-미 대화없인 해법도 없다”

등록 2011-06-07 21:24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
[6·15 공동선언 11돌 기념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
조엘 위트 미 콜롬비아대 선임연구원은 7일 “협상과 대화 없이는 (북한 핵문제 있어)어떤 해결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화정책으로의 방향전환을 촉구했다. 위트 연구원은 이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겨레>와 가진 별도 인터뷰에서 “6자회담의 새로운 그림을 열 수 있는 건 남한이 기존정책을 바꿔 새로운 접근을 할 때”라며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바꿀 것 같지 않으며, 오바마 정부도 한국정부를 뒤따르는 대북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국의 새 정부가 등장해서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상황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해, 남북관계가 더 악화하고 있다. 북한이 왜 이렇게 나온다고 보는가?

 “북한이 다음 정권을 염두에 두고 현 정권에 대한 큰 기대를 버리지 않았나 추측해 볼 수 있다. 또다른 측면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중점을 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남한이나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의 작은 부분에 대해 논쟁을 거듭하는 동안에 북한은 중국에 아무 때나 가서 식량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최소한 단기적 차원에서 중국을 자신들에 대한 지원의 가장 큰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은 그동안 남북대화를 먼저하고 그 다음 미북대화를 거쳐 6자회담에 이른다는 3단계론에 합의한 바 있는데 북한이 남북대화를 이번에 사실상 거부했다. 이로써 6자회담 재개 과정에 큰 장애물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은 최소한 다음 한국 대선 이후까지는 재개되기가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레 관측한다. 미국과 한국 모두 진정한 대화 의지가 부족하고, 현재까지 워싱턴과 서울이 내놓은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현 상황에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남한 정부가 대북 태도를 바꾸는 것 뿐인데 그런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 같다.”

 -차기 한국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한의 핵 능력은 더욱 확대될텐데 북한을 대화에 끌어낼 창의적인 대안은 없는가?

 “그렇다. 현 상태에서 북한이 새로운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을 하든 않든 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라늄 농축 등 많은 일들을 진행할 것이다. 대안은 솔직히 잘 안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게 고통과 아픔을 줘서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한다는 목적은 달성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그림을 열 수 있는 건 남한이 기존정책을 바꿔 새로운 접근을 할 때인데 현 정부가 그럴 것 같지 않다. 한국의 새 정부가 등장해서 정책을 재점검하고 완전히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풀릴 것으로 본다.”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와 달리 북 핵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한국 정부가 워낙 북한에 대해서 강경하게 나간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미국이 한미 동맹을 우선시 하면서 한국 정부에 너무 의존했던 데도 원인이 있는 게 아닌가.

 “그 평가가 대체로 맞다고 본다. 미국은 대북정책을 상당부분 남한에 위임한 측면이 있다.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 온도차는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미국이 남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저도 남한과 미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취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그래서 향후 미국에서의 대북 정책이 크게 변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유일한 가능성 있다면 남한 정권 교체로 인해 기존 정책 재검토가 될 때라고 본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중국 방문에 이어 오는 10일 서울에 온다. 북한 핵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6자회담과 관련해 진전된 안이 나올 것으로 보나?

 “지난 몇년 간의 상황을 봤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보는 데 회의적이다. 캠벨은 거의 매달 한, 중, 일을 방문해왔으며, 이번 건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라고 본다. 설령 6자회담 테이블로 당사국들이 다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현 상태에서는 뭐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모멘텀이나 정치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는 만나더라도 대화가 시들하게 진행돼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지금 이대로 북한이 핵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겠다는 건가.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 능력이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발적 포기의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협상과 대화없이는 그 어떤 해결도 이뤄지지 않을 것라는 점이다. 유엔 차원에서의 징계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같은 처벌과 징계 위주의 접근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갖고는 불가능하다.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대한 징계 조처와 동시에 외교적 협상을 해야 한다.

 -킹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고 돌와온 뒤에 미국이 대북 식량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식량 지원이 어떻게 될 것이며, 식량지원이 이뤄질 때 미-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는가.

 “미국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것과 반대되더라도 인도적 지원은 하는 전례가 있어 식량지원은 이뤄지겠지만, 이것이 전면적 대화로 확대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식량지원 이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넓혀서 다른 잇슈로 확대할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현재 남한 정부의 입장을 감안할 때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시 된다.”

 -남한의 대북 강경정책은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대중외교정책에 방해가 되는 것인가?

 “물론 지난해 사건들이 매우 심각했으며, 북한의 행동이 도발적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남한 정부가 사람들의 분노와 우려에 대해서 충분한 조처를 취할 필요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정부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보면서 지도하고 (정책을) 끌고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 미국과 남한이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한을 포용하면서 대량살상무기를 억제하고 풀어가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에도 문제가 있다. 나는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한국에 재하청을 줬다고 본다. 동맹끼리 긴밀하게 협조하고 같이 일하는 게 맞지만, 아무리 친한 동맹이라도 다른 동맹에게 재하청을 주는 건 심각하다고 본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입장이 중국과 동일하지 않은 것도 많지만, 핵심은 중국 쪽 입장과 우리 입장 좁힐 수 있는 것이다. 차이를 좁히기 위해선 미국과 남한이 코트 안에 들어와서 공을 차야 하고 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떄문에 중국이 플레이어로서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중국의 커지는 대북 영향력이 앞으로 까다로운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을 포용해야 하는 데로 돌아가야 한다.”

 - 엠비 정부가 끝날 때까지 오바마의 대한정책이 이대로 갈 것인가?

 “지난 몇년 간의 기록을 볼 때 작은 변화야 있을 수 있겠지만, 큰 변화는 아닐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지고 싶어하지 않기에 미국이 변화할 기회는 있을텐데 현재의 남한 정권이 있는 한 그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글 김종철 선임기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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