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장관 후보 ‘자위권 발언’ 현실성 있나
한미연합사 ‘위기관리권’…멋대로 ‘실행’ 어려워
“전투기 띄워도 미군 정보지원 없으면 눈뜬 장님” 북한의 추가 도발 땐 교전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위권을 동원해 강력 응징하겠다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3일 인사청문회 발언은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유엔헌장 5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른바 ‘자위권’ 규정이다. 하지만 교전규칙이 아니라 자위권을 바탕으로 공중 폭격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은 우발 충돌을 자칫 전면전으로 번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일 뿐 아니라 현실성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공중폭격을 한다는 건 함정끼리의 교전이나, 상호 포격전과는 다른 차원의 분쟁”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의 지대공 미사일 공격과 전투기 간 공중전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후방기지에 대한 추가 공격 등 국지전의 범위를 넘어 육·해·공군의 전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게 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쟁 단계로 접어드는 수순이란 얘기다. 1994년 미국이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넘기면서도 정전 상태 유지를 위한 위기관리와 연합 군사정보의 관리 권한을 한·미연합사령관 관할 아래에 둔 것도 이런 위험성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유엔사 정전 교전규칙은 우발적인 총돌이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각 상황에 대처하는 것에 대하여 단계별로 규칙을 정해두고 있다. 교전규칙 제정의 근본 취지는 ‘교전’이 목적이 아니라 확전 방지다. 이런 전제하에 교전규칙은 자위권의 범위 안에서 필요성(적 도발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고)과 비례성(대응할 필요가 있다면 공격받은 동종 동량의 무기로 대응)의 원칙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있다. 김 후보자의 자위권 발언은 이러한 유엔사의 교전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무력을 강하게 행사하겠다는 뜻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전 시 위기관리 권한이 연합사령관에 있는 상황에선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강도 공격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전력을 지원하는 핵심 정보자산을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현실도 한국군의 독자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예비역 공군 중령은 “아무리 첨단 전투기를 띄워도 미군의 정보지원이 없으면 눈뜬장님이나 마찬가지”라며 “독자 폭격론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안보 관련 국책연구소기관의 한 관계자는 “미국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문제를 삼고 실질적 제어장치를 마련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수단이 별로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고강도 반격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군사전문 <디앤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서해5도처럼 보유전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군의 대규모 포격에 대응하려면 공중전력 동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전투기 띄워도 미군 정보지원 없으면 눈뜬 장님” 북한의 추가 도발 땐 교전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위권을 동원해 강력 응징하겠다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3일 인사청문회 발언은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유엔헌장 5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른바 ‘자위권’ 규정이다. 하지만 교전규칙이 아니라 자위권을 바탕으로 공중 폭격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은 우발 충돌을 자칫 전면전으로 번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일 뿐 아니라 현실성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공중폭격을 한다는 건 함정끼리의 교전이나, 상호 포격전과는 다른 차원의 분쟁”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의 지대공 미사일 공격과 전투기 간 공중전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후방기지에 대한 추가 공격 등 국지전의 범위를 넘어 육·해·공군의 전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게 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쟁 단계로 접어드는 수순이란 얘기다. 1994년 미국이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넘기면서도 정전 상태 유지를 위한 위기관리와 연합 군사정보의 관리 권한을 한·미연합사령관 관할 아래에 둔 것도 이런 위험성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유엔사 정전 교전규칙은 우발적인 총돌이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각 상황에 대처하는 것에 대하여 단계별로 규칙을 정해두고 있다. 교전규칙 제정의 근본 취지는 ‘교전’이 목적이 아니라 확전 방지다. 이런 전제하에 교전규칙은 자위권의 범위 안에서 필요성(적 도발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고)과 비례성(대응할 필요가 있다면 공격받은 동종 동량의 무기로 대응)의 원칙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있다. 김 후보자의 자위권 발언은 이러한 유엔사의 교전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무력을 강하게 행사하겠다는 뜻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전 시 위기관리 권한이 연합사령관에 있는 상황에선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강도 공격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전력을 지원하는 핵심 정보자산을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현실도 한국군의 독자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예비역 공군 중령은 “아무리 첨단 전투기를 띄워도 미군의 정보지원이 없으면 눈뜬장님이나 마찬가지”라며 “독자 폭격론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안보 관련 국책연구소기관의 한 관계자는 “미국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문제를 삼고 실질적 제어장치를 마련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수단이 별로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고강도 반격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군사전문 <디앤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서해5도처럼 보유전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군의 대규모 포격에 대응하려면 공중전력 동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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