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연기’ 추진에 야당·시민단체 일제 반발
“군사주권 정상화 역행 퍼주기 뒷거래 우려도”
“군사주권 정상화 역행 퍼주기 뒷거래 우려도”
한-미 양국 정상이 오는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는 문제를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23일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브리핑을 열어 “국민적 논의와 국가 총의를 모아 결정해야 할 문제를 한마디 상의 없이 정상회담에 부치겠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세운 자주국방의 초석을 허무는 것을 민주당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이어 “천안함 침몰 이후 일부 보수세력이 전작권 연기를 주장했지만, 이는 우리 군을 믿지 못하겠다는 참으로 수치스러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도 개인 성명을 내어 “전작권을 다른 나라에 위임한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고, 이는 불행한 역사의 산물이자 매우 치욕스러운 현실”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 연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패한 정부 외교안보라인 개편과 6자회담 재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주도권 강화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전작권 전환은 참여정부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50년 이상 타국에 넘겨주었던 군사주권을 정상화하라’는 국민의 상식적 요구에 의한 것”이라며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려는 것은 주권국가 정부라고는 보기 어려운 매국적 행태”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전작권 전환 연기의 대가로 미국 정부에 어떤 일방적 퍼주기를 할 것인지 우려된다”며 “사회적 합의과정 없이 비밀스럽게 연기하려는 행태는 결국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성명을 내 정부 방침을 성토했다. 평화네트워크는 “미국이 전작권을 보유한 상황에서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환수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 사건”이라며 “미국이 전작권 전환 연기를 합의해주는 대가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 규모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혈세 낭비와 한반도 평화의 위협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세영 황춘화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