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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고열에도 잘 견디는 신기한 ‘1번’ 글씨

등록 2010-06-19 17:46수정 2010-06-19 19:13

5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국방부에서 열린 민군합동조사단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결정적 증거물로 공개된 어뢰 추진후부에 ‘1번‘ 이란 마커펜 글씨가 적혀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5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국방부에서 열린 민군합동조사단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결정적 증거물로 공개된 어뢰 추진후부에 ‘1번‘ 이란 마커펜 글씨가 적혀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승헌 교수 “250kg 폭약 폭발하면 350도 이상 올라가”
마커펜 주요성분 비등점 150도 이하…남아 있을 수 없어
민군 합동조사단이 5월20일날 밝힌 천안함 관련 증거물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증거물은 파란색 매직 마커로 쓴 ‘1번’ 표시다. 마커펜으로 쓴 ‘1번’ 표시는 합동조사단이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 추진체 뒷부분에 새겨진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지구상에서 한글을 쓰는 나라는 남북한 밖에 없다는 논리로 ‘1번’ 표시가 적힌 어뢰 추진체가 북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발표 당시 너무나도 생생한 마커펜 글씨의 색채는 마치 금방 눈 앞에서 쓴 듯한 느낌마져 줬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는 금새 패러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아이폰이나 휴대폰 등에 ‘1번’ 표시를 한 뒤 “북한 제품이 됐다”고 주장했다. 만일 합동조사단이 내놓은 어뢰가 천안함을 폭발시킨 것이라면 엄청난 폭발열을 받았을 텐데, 어떻게 마커펜 글씨가 남아 있겠느냐는 비아냥이 담긴 행동들이다.

이와 관련한 가장 설득력있는 반론은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가 제기했다. 그는 ‘1번’ 글씨와 관련해 “250kg의 폭약량에서 발산될 에너지 양에 근거해서 간단한 계산을 해보면, 폭발 직후 어뢰의 추진 후부의 온도는 쉽게 350 °C 혹은 1000 °C 이상까지도 올라간다”며, 이러한 온도들에서 유기 마커펜의 잉크는 타버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마커펜의 주요 성분인 크실렌(끓는점 138.5 °C)과 톨루엔(“ 110.6 °C), 알코올(” 78.4°C)의 끓는점이 모두 150도가 안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뢰폭발 뒤 마커펜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물 속이기 때문에 글씨가 남아 있었다고 해명했다. 즉 “물속에서는 고온의 열을 가해도 종이도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헌 박사는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함께 기고한 6월1일치 <경향신문> 칼럼에서 공개된 어뢰 추진체는 외부의 페인트가 탈 정도로 온도가 높아졌다며 이런 합조단의 반박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그는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의 “후부 추진체와 방향키를 보면 외부가 심하게 부식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어뢰는 부식을 막기 위해 페인트를 칠해 놓는데” 이렇게 부식이 됐다는 것은 “폭발시 발생하는 고열로 이 페인트가 타서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다음 “현재 가장 높은 열에 견딜 수 있는 실리콘 세라믹 계열의 페인트는 비등점이 섭씨 760도이고 보통 유성페인트의 비등점이 섭씨 325~500도 정도”임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를 통해 “수거된 어뢰 뒷부분에는 적어도 섭씨 325도의 열이 가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1번’ 마커펜 글씨가 남아 있는 곳은 어뢰의 내부로서 “이 부분의 온도도 최소한 페인트를 태울 정도인 섭씨 325도 이상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비등점 150도 이하의 물질로 구성된 마커펜의 글씨가 남아 있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문순 의원실에서 제공한 이승헌 박사 의견서

사실

- 마커의 잉크는 크실렌, 톨루엔 그리고, 알콜로 이루어져있다.

- 각각의 끓는점은 138.5 °C (크실렌), 110.6 °C(톨루엔), 78.4°C(알콜)이다.

주요 의문: 어뢰의 프로펠러 부분이 폭발시 150 °C 이상 다다를 수 있는가.

의문1. 어뢰 폭발시 발생하는 에너지의 크기는 얼마인가?

답 1. 원자력 규제 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에 의하면, 폭발시 방출되는 에너지, E의 크기는 E(kJ 단위) = 4500 * W(kg 단위) 이며, 이때 W는 화약의 무게이다.

대략 60%의 에너지가 열, Q로 변환된다.

따라서, 250kg의 화약의 경우, 방출되는 열의 크기는

Q(kJ) = 4500 * 0.6 * 250 kg = 6.81 * 10^5 (kJ) = 6.81 * 10^8 (J)

의문 2. 철로 된 1700kg의 어뢰 부분이, 예를 들어, 바다의 온도 4 °C로부터 150 °C까지 증가하려면 얼마나 많은 열이 필요하나?

답 2. 사실:

- 화약의 무게 250kg을 제한 후, 철 부분의 최대 무게는 1700 kg - 250 kg = 1450 kg.

- 철의 비열은 420 J/kg/C 이다.

- 따라서, 요구되는 에너지의 크기는 420J/kg/K * 1450 kg * 150 = 9.135 * 10^7 J 이다.

이는 만일 폭발시 발생하는 열의 13%만이 철로 전달되었다고 하더라도, 철의 온도는 150 °C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며, 마커의 잉크는 타버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문 3. 만일 폭발의 모든 열이 철로 전달되었다면, 철 부분의 온도는 얼마가 될까?

답 3.

Q = 6.81 * 10^8 (J)

비열 = 420 J/kg/°C

Q = 무게 * 비열 * 온도증가

온도증가 = Q / 무게 / 비열 = 6.81 * 10^8 /1450 /420 = 1118.23 °C

결론적으로,

“250kg의 폭약량에서 발산될 에너지 양에 근거해서 간단한 계산을 해보면, 폭발 직후 어뢰의 추진 후부의 온도는 쉽게 350 °C 혹은 1000 °C 이상까지도 올라가게 됩니다. 이러한 온도들에서 유기 마커펜의 잉크는 타버리게 됩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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