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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여보 여보…” 아내 오열에 실종자 가족 ‘눈물바다’

등록 2010-04-07 21:59수정 2010-04-07 22:59

김태석 상사
김태석 상사
[천안함 침몰] 김태석 상사 주검으로
93년 입대뒤 정비업무 담당
상하의 전투복 입은채 발견




“배예요, 아버지.”

천안함 사고 당일인 지난달 26일 아침, 고 김태석(38) 상사는 17년의 군 생활 동안 바다에서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전화를 아버지한테 처음 걸었다. 김 상사는 지난달 16일 담석 제거 수술을 받은 아버지 김태현(76)씨한테 “작전 때문에 수술 때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아들과 바다 위에서 한 처음이자 마지막 통화였다. 무뚝뚝했지만 속 깊었던 아들을 기다리며 아버지는 사고 이후 줄곧 바다만 쳐다봤다. 하지만 아들은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배’가 아닌 ‘헬기’를 타고 곁으로 왔다.

3남3녀의 막내이자 세 딸의 아빠였던 그는 주변 동료들한테 ‘사고 한 번 내지 않았던 완벽한 정비 전문가’로 통했다. 두 형과 매형도 해군 출신일 정도로 해군과의 인연도 각별했다. 그의 외사촌 동생 최용훈 병장도 현재 2함대 고속정에 근무하며 천안함 침몰 현장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천안함 함미(배꼬리) 절단면 쪽의 기관조정실에서 발견된 김태석 상사의 주검이 7일 저녁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도착하자, 아내 이수정(가운데 부축받고 있는 이)씨가 오열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천안함 함미(배꼬리) 절단면 쪽의 기관조정실에서 발견된 김태석 상사의 주검이 7일 저녁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도착하자, 아내 이수정(가운데 부축받고 있는 이)씨가 오열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김 상사는 1993년 8월 해군 부사관 144기로 해군에 몸담은 뒤 가스터빈 정비 및 보수유지 임무를 담당하는 내기사로 일했다. 전주함, 강원함, 제천함, 청주함 등을 거쳐 지난해 4월13일 천안함에 부임했으며, 군 복무 중 전대장과 함장 등으로부터 여러 번 표창도 받았다.


이날 오후 4시께 그의 주검이 발견됐을 때 그는 상·하의 모두 전투복을 입은 상태였다. 전투복에는 중사 계급장과 그의 이름이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그가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던 것은 진급을 불과 5일 남겨두고 실종됐기 때문이다. 그는 3월31일 상사 진급이 예정돼 있었다. 군 당국은 ‘실종자는 진급 대상에서 보류된다’는 군 인사규정에도 불구하고 해군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지난 1일 그를 상사로 진급시켰다.

그의 주검을 실은 헬기가 저녁 7시30분께 백령도 사고 해역 독도함에서 평택 2함대 사령부에 도착하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사령부는 또 한 번 눈물바다가 됐다. 김 상사의 부인 이수정(37)씨는 말문을 떼지 못한 채 목놓아 울기만 했다. 이씨는 흰 천에 싸여 의무대로 들어가는 남편의 주검을 향해 “여보, 여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한참을 울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이씨는 “지난 3월16일 출동하기 전에 남편이 바다 위에서 있을 진급식 때 입을 해군 정복과 모자를 챙기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며 “그 정복과 모자는 지금도 바닷속에 있을 텐데…”라며 서러워했다.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김 상사의 어린 세 딸은 취재진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을 위해 엄마의 뒤를 따라갔다.

김 상사의 주검은 다른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이 끝날 때까지 2함대 사령부에 마련된 임시 안치소에 안치된다.

평택/홍석재 송채경화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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