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생존자들 “암초 아니다…어뢰신호 없었다”

등록 2010-04-07 20:25수정 2010-04-07 21:51

천안함 생존 승조원들이 7일 오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천안함 침몰 순간을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영상(왼쪽 뒤편 영사막)이 공개되는 동안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등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천안함 생존 승조원들이 7일 오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천안함 침몰 순간을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영상(왼쪽 뒤편 영사막)이 공개되는 동안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등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승조원 진술로 짚어본 ‘사고원인’]
“화약냄새 안나” 내부폭발설 부정…“찢어지는 소리 안나” 암초설 배제
“평소 물 안새” 함정 노후화 부인…“물기둥 없었다” 외부폭발설도 의문




천안함 생존 승조원들의 7일 공개 진술은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외부 충격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등은 여전히 의문이다.

생존자들은 사고 당시 ‘쾅’ 하는 소리와 강력한 충격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충격이 내부 폭발에서 비롯했을 경우 나타나야 할 각종 정황은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부 폭발이라면 화재와 화약 냄새가 동반돼야 하지만, 병기장 오성탁 상사는 “만약 화약이 있었으면 불이 나고 냄새가 진동했을 것”이라며 “사고 순간 화약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엔진이나 기름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연장 정종욱 상사는 “함선이 6노트 정도로 저속 기동할 때는 디젤엔진을 시동한다”며 “17년 근무했는데 배가 (내연기관이) 폭발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내부 군기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정 내 기강에는 문제가 없어 내부 인원에 의한 사건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결론내렸다. 생존자들은 암초 충돌 가능성도 사실상 없는 것으로 증언했다. 조타장 김병남 상사는 “배가 암초나 사주(모래톱)에 걸리면 기본적으로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사주일 경우 출렁출렁 소리도 난다”며 “이번엔 외부 충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정 노후화로 인한 침수나 ‘피로 파괴’ 가능성을 부인하는 진술도 나왔다. 기관장 이채권 대위는 “잘 모르는 대원들이 온도차로 파이프에 물이 맺혀 떨어지는 걸 물이 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천안함은 물이 전혀 안 샜다”며 “출항 2~3일 전부터 작동을 시작하니까 장비나 선체의 노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가면 남는 것은 결국 외부 충격, 그것도 강한 ‘쾅’ 소리를 동반한 ‘외부 폭발’로 좁혀진다. 외부 폭발 가능성은 ‘두 번의 충격음’을 들었다는 전탐장 김수길 상사의 진술과도 연결된다. 김 상사는 “침실 가장 하부에서 안 자고 (깨어) 있다가 ‘쿵’, ‘쾅’ 소리를 두 번 느꼈다”며 “처음 ‘쿵’ 하는 소리에 어디에 부딪힌 줄 알고 바로 침대를 빠져나와 전탐실로 향했고, 이후 5초 정도에 ‘쾅’ 하는 소리는 약간의 폭음과 책상, 전등이 떨어지는 소리와 합쳐져서 들렸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선체 밑에서 어뢰나 기뢰 등이 폭발하며 일차 폭음이 들리고, 이어 선체가 두 동강 나며 2차 굉음이 났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두 번의 강한 ‘쾅’ 소리에 관한 진술은 김 상사의 것이 유일하다. 이날 진술한 다른 생존자들은 모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떴다”(오성탁 상사)는 식으로 한 번의 ‘쾅’ 소리만 증언했다.

기뢰나 어뢰 등 외부 폭발 때 나타나는 물기둥이 포착되지 않은 점도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게 한다. 사고 당시 갑판 쪽에는 함교 오른쪽과 왼쪽에 두 명의 감시병이 나와 있었지만, “물기둥 등 특별한 점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한 간부는 “이들이 배가 나아가는 앞쪽을 주시하고 있어 뒤쪽에서 물기둥이 생겼다면 확인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폭발이라 해도 실제 폭발체가 무엇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류재문 충남대 교수(선박해양공학과)는 “생존자 증언 등을 보면 거의 어뢰 쪽으로 기울지 않나 싶다”며 “지금까지 멀쩡한 선박이 두 동강 나는 건 어뢰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뢰설’의 경우 어뢰를 쏜 주체가 포착되지 않고 있고, 북한을 상정하더라도 어뢰를 운반할 잠수함(정)이나 반잠수정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여러 정황상 거의 없다는 게 결정적인 약점이다. 천안함에서 어뢰탐지를 맡았던 음탐사 홍승현 하사는 “그때 상황으로는 음탐기상 특별한 신호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도 “북한 잠수정 등의 활동이 포착된 게 없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기뢰 폭발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군이 포착하지 못한 유실기뢰 등이 터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군 훈련 도중 불발한 폭뢰 등이 흘러와 터졌을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를 규명하려면 폭발체의 파편을 찾아내야 한다.

손원제 황예랑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이준석 “윤석열, 권영세·권성동 접견 오면 사면 얘기 꺼낼 것” 1.

이준석 “윤석열, 권영세·권성동 접견 오면 사면 얘기 꺼낼 것”

최상목, 위헌 논란 자초하나…헌재 결정 나와도 “법무부와 논의” 2.

최상목, 위헌 논란 자초하나…헌재 결정 나와도 “법무부와 논의”

이재명, 트럼프 관세전쟁에 “국회 초당적 통상특위 만들자” 3.

이재명, 트럼프 관세전쟁에 “국회 초당적 통상특위 만들자”

유승민, 윤석열 접견 간 국힘 투톱에 “개인 차원? 말 안 되는 소리” 4.

유승민, 윤석열 접견 간 국힘 투톱에 “개인 차원? 말 안 되는 소리”

북한 “세계 최고 불량국가가 우릴 모독”…미국에 뿔난 담화 5.

북한 “세계 최고 불량국가가 우릴 모독”…미국에 뿔난 담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