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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환자복에 부동자세…답변땐 참았던 눈물 쏟기도

등록 2010-04-07 18:59수정 2010-04-08 12:08

<b>함장도 병사도 곤혹스러운 자리</b>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오른쪽 사진 가운데)이 7일 오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답변을 한 뒤 군복 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다. 다른 생존 승조원(왼쪽 사진)도 동료들의 이야기 중 실종자가 언급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함장도 병사도 곤혹스러운 자리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오른쪽 사진 가운데)이 7일 오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답변을 한 뒤 군복 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다. 다른 생존 승조원(왼쪽 사진)도 동료들의 이야기 중 실종자가 언급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2일만에 모습 드러낸 생존자 57명]
휠체어·보호대 한채 정신적 충격 큰듯 침울
최원일 함장도 장병들과 함께 눈시울 적셔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한 천안함 침몰 사고의 생존자 57명은 부동자세였다. 일부는 사고 당시 허리 등을 다친 탓에 가슴께에 보호대를 착용하고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려는 듯 허리를 곧추세우고 무릎 위로 팔을 뻗어내렸다. 구조 당시 큰 부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은총 하사만 빠졌다.

윤한두 국군수도병원장은 “구조 장병들이 인대파열, 척추압박, 대퇴부 골절 등 외상뿐 아니라 불면증, 죄책감, 악몽 등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선체 인양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회복을 위해 모두가 도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생존 장병들의 목소리는 하나 같이 떨렸다. 이날 진행을 맡은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이 “장병들이 아직 정신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치료를 받는 중인 만큼, 지나치게 자극적인 질문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장병들의 모습은 불안해 보였다.

이들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6일 사고가 발생한 이후 12일 만이다. 그동안 군 당국은 “억측과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생존 장병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해왔다.

전투복을 입은 최원일 함장을 빼고는 전원이 흰색과 초록색이 섞인 세로 줄무늬 환자복 차림이었다. 환자복에는 계급장과 직책 등을 그려넣은 이름표를 달았다. 일부는 목발을 짚었고, 일부는 휠체어를 탄 채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내내 숨졌거나 실종된 동료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떨군 모습이었다. 때때로 감정이 북받치는 듯 어깨를 들썩거렸다.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여전히 실종 장병들이 제 옆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아직 살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실종자들이 복귀신고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생존 장병들은 자신의 임무와 관련됐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대체로 차분하게 답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과 당시 상황 등에 대해선 “특이한 점이 없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외부 충격이라고 생각한다” “‘쾅’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뜨고 정전이 돼 암흑 상태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함체가 90도가량) 기울었다” 등 그동안의 군 발표 내용을 되풀이하는 듯한 답변을 반복했다. 특히 사고 원인이나 함체 결함 여부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군 조사 결과를 봐야 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들과의 만남으로 아직도 오리무중인 사고 원인에 대한 단서를 찾고자했던 국민들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았다.

장병들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사고 당시 함수 쪽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전준영 병장은 “(구조 됐을 때) 처음엔 당황을 많이 했는데, 먼저 구조된 사람들이 ‘아무 일 없이 잘 될거라’고 해 그때부터 안정을 찾았다”며 울먹였다.

이날 국군수도병원 복지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이아무개 하사는 “생존자들이 마치 죄인처럼 미안해하고 있는 모습에 더 마음이 아프다”며 “생존자들의 증언 뒤에도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철저히 드러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남/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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