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18일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양자와 다자 대화를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다자 대화가 6자 회담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이 그간 “6자 회담은 영원한 종말을 고하게 됐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다자 대화가 꼭 6자 회담을 뜻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자 대화’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첫번째로, 북한이 6자 회담으로 복귀하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 5대1 구도에 대한 항의로 6자 회담을 거부해온 북한 처지에선 6자 회담 복귀의 명분을 쌓기 위한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 이런 시나리오가 맞다면, 앞으로 북-미간 뭍밑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북한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공식 대화 과정에서 6자 회담 복귀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 18일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이해하지 않은 상태”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최근 몇개월의 중요한 상황 진전은 6자 회담을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핵심요소로 유지하려는 중국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6자 회담 복귀 신호로 해석하는 뉘앙스가 읽힌다.
물론, 북한의 비공개 일정표에 6자 회담 복귀가 최종적인 목표로 상정돼 있을지라도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북한이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철회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3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편지에서 “일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두번째로 북한이 6자 회담 회원국에 한두 국가를 더하거나 빼는 회담 틀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6자 회담 테이블에 납치자 문제를 의제로 올리고 중유 제공도 거부했던 일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북한에 불리하지 않은 일본 민주당 정부가 등장했고, 민주당 정부도 자민당 정부와 달리 향후 6자 회담에 대한 기여도를 높인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5자 회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기존의 6자 회담 회원국에 몽골이나 유럽연합을 추가하는 ‘7자 회담’ 등도 절충안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에 명분을 주자는 취지에서 북한 내부보다는 주로 관련국들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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