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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기다림에 지친 금강산

등록 2009-08-27 20:14수정 2009-08-27 22:52

27일 오전 남북 적십자회담이 이틀째 열리고 있는 금강산호텔에서 바라본 금강산 주변 지역. 아침 안개가 피어올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위편 왼쪽 산자락은 만물상으로 이어진 관음연봉이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오전 남북 적십자회담이 이틀째 열리고 있는 금강산호텔에서 바라본 금강산 주변 지역. 아침 안개가 피어올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위편 왼쪽 산자락은 만물상으로 이어진 관음연봉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철지난 바닷가처럼 썰렁…모처럼 손님오자 반색
현대직원 40명 체류…“당장이라도 관광 가능한데…”
지난해 7월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1년 넘게 중단되면서 발길이 뚝 끊긴 온정리 관광지구는 한여름 피서객이 휩쓸고 간 뒤 텅 비어 버린 바닷가처럼 을씨년스러웠다. 1999년과 2002년 6월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의 폭풍 속에서도 평화의 버팀목 구실을 하던 금강산 관광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있었다.

 금강산 관광지구의 명물이었던 옥류관, 금강산 교예단의 공연을 선보였던 금강산문화회관은 물론, 관광객의 하루 여독을 풀어줬던 금강산 온천도 27일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반갑습니다~’라는 노래를 들으며 등산을 준비하던 수백명의 관광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북적거리던 온정리 식당가의 상인들도 철수했다.

 무엇보다 순환휴직에 이어 구조조정까지 감내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다리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들의 아픔이 가장 크다. 금강산 관광지구에 머물면서 관광 재개에 대비해 호텔 등의 시설 유지와 보수를 맡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들도 억류 아닌 억류 생활을 하고 있다. 금강산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현대아산의 한 직원은 “관광객이 많을 때는 마트에서 군것질 거리나 생필품을 구하는 데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관광이 중단되면서 두 달째 그 흔한 과자도 구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금강산에 체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은 모두 40여명으로, 본사 파견 직원은 전기 등 시설물 관리를 위한 기술직 직원과 관리직 직원을 합쳐 20여명에 이른다.

 그나마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리면서 회담 장소인 금강산호텔에 모처럼 손님이 모습을 드러내자 약간 ‘활기’를 띠었다. 특히 그동안 금강산 관광지역 시설에서 봉사를 해온 20여명의 북쪽 접대원도 오랜만의 손님에 반가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들은 1년여 만에 다시 맞이한 손님 접대에 행여 소홀함이 있지 않을까 긴장하면서도 남쪽 대표단에 음식 맛과 방문 소감을 물으며 들뜬 기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적십자회담에 참가한 남쪽 대표단은 금강산 관광 시설을 둘러보고 싶다는 기자단의 요청에 부담감을 표시하며 들어주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 지역에 대한 취재가 자칫 조속한 관광 재개를 요구하는 여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한 회담 관계자는 “적십자회담으로 금강산 지역에 온 만큼 회담 상황을 충실히 취재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원래 목적 이외의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남쪽 동해선 출입사무소와 인접한 대진항 주변 식당과 상가 상인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에는 지역 특산품이나 어패류를 사려는 관광객들로 사시사철 북적거렸지만 요즘엔 대부분의 식당과 상가에 손님이 뚝 끊겨 매상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이번 적십자 회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대아산 쪽은 당장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도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언제라도 관광을 재개할 수 있도록 시설 관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본사 및 중국에서 채용한 직원들도 다시 금강산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인력 충원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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