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북, 조문단 면담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일행을 면담했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과 만난 것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날 면담으로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조문단은 이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기반해서 북남관계를 잘 풀어가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취지의 김 위원장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메시지에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이 핵 포기에 나서면 국제사회와 함께 대대적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는 기존 원칙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핵 문제가 근본적인 것이다. 모든 사안이 핵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날 면담에는 남쪽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북쪽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조선아태평화위 실장이 배석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조문단이 남북 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문단은 “면담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한다”며 남과 북이 협력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받고,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 원칙을 설명한 뒤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쪽의 조문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어떤 문제라도 진정성을 갖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쪽이 서로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듣고 냉정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에 도착해 2박3일간 서울에 머문 북한 조문단은 이 대통령 면담 직후인 이날 낮 12시10분께 북한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평양으로 돌아갔다.
황준범 이용인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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