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의방문단’으로 남쪽에 온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흰 머리)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맨 왼쪽) 등이 21일 오후 국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식 빈소에서 조문한 뒤 유족에게 걸어가고 있다. 이들이 고려항공기에 싣고 온 화환(맨 오른쪽)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 김정일”이라고 적힌 띠가 달려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북 특사방문단, 조문뒤 서울서 하룻밤
청와대 “메시지 있다면…” 접촉 가능성
청와대 “메시지 있다면…” 접촉 가능성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한 북한의 ‘특사 조의방문단’ 6명이 21일 서울을 방문해, 국회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쪽 당국자가 남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쪽 조문단은 이날 오후 3시께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김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국회로 이동해, 헌화와 묵념 등으로 조의를 표했다. 조문단은 이어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를 만났다.
김기남 비서는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민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 김 전 대통령께서 하셨던 일을 유가족이 잘 이어나가시길 바란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이에 대해 이희호씨는 “김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지만 민족화해와 통일이 실현되면 지하에서도 대단히 기뻐하실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기남 비서가 ‘다 만나겠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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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문단이 평양을 출발한 소식을 신속하게 전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특사 조의방문단’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조문단이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 등을 갖고 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기남 비서 등 조문단 일행은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2일 오후 2시 북쪽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통일부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조문단의 면담과 관련해 북쪽과 밤새 실무협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무협의 결과에 따라 22일 오전 양쪽의 면담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북쪽 조문단의 면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쪽이) 만나자고 요청한 것도 아니고 만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친서를 갖고 왔다거나 특별히 전할 메시지가 있으면 모르겠다”고 말해 가능성은 열어놨다.
조문단의 서울 방문에 맞춰, 서울~평양 직통전화도 이날 오전 11시5분 개통됐다. 앞서 북쪽은 20일 직통전화 설치를 남쪽에 요청했다. 북쪽의 직통전화 개설 요구는 조문단의 서울 방문 중 남북 고위 당국자간 대화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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