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오바마 메시지’ 전달 논란에도
미 정책 ‘대화 해법’ 힘 얻을듯
‘오바마 메시지’ 전달 논란에도
미 정책 ‘대화 해법’ 힘 얻을듯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 여성 언론인 2명을 데리고 5일 아침 평양을 출발해 밤늦게(한국시각)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긴 의미는 작지 않다. 그의 방북으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 이후 긴장지수가 높아지던 한반도 정세가 반환점을 돌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대화’를 계기로 북-미 간 공식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북-미 관계의 해빙기에 비춰 볼 때, 비공개 뭍밑 접촉을 통해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미 등으로 곧바로 직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오바마 행정부 내부의 세력관계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까지 제재파가 훨씬 더 명시적인 활동을 했다”며 “(대북) 제재 논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분위기가 워싱턴에서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면담 과정에서 주고받은 내용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벽 발표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 보도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 방도와 관련한 견해를 담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정중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가 있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말 타이 푸껫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미 관계 정상화를 비롯해 평화체제 구축, 대북 경제지원 등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여성 언론인 사면 이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준 ‘답례’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핵무기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 ‘성의’를 표시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화 방법’과 관련해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관련국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상호존중 정신을 저버려 6자회담을 거부한 것일 뿐, 6자회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정도의 발언으로 추후 협의의 실마리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조선중앙통신>은 “북-미 사이의 현안 문제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게 논의됐으며,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보도했다. 북·미가 대화 환경 조성에 필요한 밑돌을 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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