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미사일 부품이나 핵물질 또는 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실시간 공중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선적 ‘강남호’. 이 사진은 2006년 10월24일 홍콩 해역에서 촬영된 것이다. AP 연합
무기선적 의심 명목…금융기관에도 ‘북한 주의보’ 발령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선박 검색과 금융제재 분야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 조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지만, 북한이 먼저 협상장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제재에 주력하겠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사일 부품이나 핵물질 또는 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적 ‘강남호’를 “관심있게” 추적하고 있다고 <폭스뉴스>와 <시앤앤> 등이 미 국방부 관리와 군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한 선박에 대한 추적은 대북 제재 결의 1874호가 채택된 이후 처음이다.
지난 17일 북한 항구를 출발한 강남호는 현재 중국 해안을 따라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미 해군은 실시간 공중감시를 하고 있다고 방송들은 전했다. 미군 관계자는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홍콩 당국에 억류된 적이 있는 강남호가 과거 확산활동에 연루됐던 ‘재범 선박’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해군은 중국의 대응을 우려해 강남호가 중국 해역을 벗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유엔 결의 가운데 선박 검색을 가장 강력한 제재 조항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해에서의 선박 검색은 기국(선박의 소속 국가)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강남호의 소속 국가인 북한이 공해상에서의 검색에 동의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을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군은 강남호가 연료 공급을 받기 위해 특정 국가의 항구에 들어갔을 때 해당국에 연료공급을 해주지 말고 선박을 검색하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요청을 받은 해당국은 독자적 판단에 따라 검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강남호가 검색을 거부할 경우, 선원들과 해당국 검색요원 간에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색이 이뤄진다면, 강남호에 대량파괴무기나 ‘수출용’ 무기가 실려있는지에 따라 북한과 미국 두 나라 가운데 한 국가는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기가 없을 경우 미군은 과잉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무기가 실려 있을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의 결의에 도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함께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이날 북한 정부기관과 위장회사들이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각종 속임수를 동원한 현금 거래를 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내 금융기관들에 주의보를 발령했다. 재무부는 △북한 은행 및 북한 기업 관계자들과 관련된 계좌가 개입될 수 있는 거래를 철저히 조사 △북한 고객들의 갑작스런 대규모 현금 변동 △위조지폐 감식에 대한 경계 등을 촉구했다.
재무부는 또 세계 금융기관들도 똑같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유했다. 재무부가 이런 조처를 내린 것은, 북한이 최근 금융제재에 대비해 차명계좌를 개설하거나 현금을 대량으로 인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용인 기자 hoonie@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용인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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