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 이후 추가 대북제재 방안을 논의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융제재와 선박 검색 강화 등을 담은 강도 높은 대북 결의안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 대북제재를 주저했던 중국과 러시아도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외교관들은 27일(현지시각) “안보리 주요국들이 강경한 대응 입장을 담는다는 방향에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외교관들은 “28일 오후 주요국(P5+2) 회의에서 결의안 초안을 회람할 예정이며, 중국·러시아 등과 최종 협상을 거쳐 다음주 초쯤 안보리 전체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작성해 관련국에 배포한 새 결의안 초안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됐던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담긴 대북제재를 확대·강화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기금수 대상을 대량파괴무기(WMD)뿐 아니라 모든 무기로 확대해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북한의 국외자산 동결, 북한 고위 관리들의 여행 제한 및 항공기 운항 제한 확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북한 정부의 국외 금융계좌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가 추진중인 이 조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의 유럽과 중동 금융계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밖에 이미 결의안 1718호에 규정된 대로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 가운데 핵 관련 물질을 싣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 강제 수색권을 발동하는 조항을 실제로 이행할 구체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192개 유엔 회원국이 결의안 발효 한달 안에 각국의 이행 조처를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중국과 한국의 대북 투자 중단 또는 축소, 유엔의 북한 지원 통로인 유엔개발계획(UNDP)의 대북 활동 중단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추가 결의안 마련에 동의하는 대신, 새로운 대북제재가 발효되기 전에 북한이 안보리의 요구에 응할 시한을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고 유엔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중지하고 6자회담과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복귀하는 것 등이 그 조건이다.

미국은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국제사회를 무시한 북한의 선택에 응분의 결과를 담은 확고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북한을 제어하면서 6자회담에서 도출된 약속을 이행토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방위 공약을 확고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의 최근 위협에 대해 “단지 자신들의 고립만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