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각)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응해 의장성명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은 뒤, 중국의 장예수이 유엔대사가 “처음부터 중국 정부가 요구해온 ‘신중하고 균형있는 조처’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아래)는 “의장성명은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뉴욕/신화 연합
‘북 로켓 의장성명’ 채택 합의
결의안 보다 구속력 떨어지지만 정치적 압박
미국·중국, 용어·내용 등 주고받기식으로 타협
* 유감 : regret, 비난 : condemn
결의안 보다 구속력 떨어지지만 정치적 압박
미국·중국, 용어·내용 등 주고받기식으로 타협
* 유감 : regret, 비난 : condemn
지난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팽팽한 교착 상태가 1주일 만인 11일(현지시각) 타협적인 의장성명으로 마무리됐다. 비록 초안 형태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만큼 거의 초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12일 밝혔다.
안보리 의장성명은 유엔 회원국들의 강제적인 의무 이행을 규정하고 있는 ‘결의’와는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를 얻어야 하고 기록에도 남기 때문에, 내용에 따라서는 상당한 정치적 구속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번 의장성명은 예상보다 강도 높은 대북 비난을 담은데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던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718호(2006년 10월 북핵 실험 직후 채택)의 대북 제재를 다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위가 높은 편이다.
의장성명 초안을 뜯어보면, 중국이 ‘결의’를 주장해 온 미국한테서 형식상의 양보를 받아낸 대신, 용어와 내용 면에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철저한 주고받기 식으로 이뤄졌다. 미-중의 ‘전략적 협력’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명은 북한이 발사한 게 위성인지 미사일인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배’임을 분명히 밝히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 쪽이 주장했던 ‘유감’(regret)이란 표현 대신 가장 강력한 용어인 ‘비난’(condemn)이란 단어도 들어갔다. 다만, 법적 위반을 뜻하는 위반(violation) 대신에 다소 뉘앙스가 약한 용어인 ‘위배’(contravention)를 사용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표현이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 정도의 차이”라며 “위배(contravention)도 법률을 위반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의장성명의 또다른 특징은 2006년 10월 채택 이후 6자 회담의 재개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안보리 결의 1718호를 다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북 제재 단체와 물품 목록을 24일까지 작성하도록 돼 있다. 그동안 1718호에서 지정한 △무기 금수 △자산 동결 △여행 금지 등 3가지 대북 제재 조처 가운데 무기 금수만 작동되고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는 대상 목록이 작성되지 않았다. 이렇듯 이번 의장성명은 강제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 의지에 따라서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되살릴 수 있고, 각국이 이에 의거해 대북 제재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각국이 실제 제재를 할지는 향후 정세에 달려 있으며, 제재 효과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2006년에도 강력한 제재 결의가 있었지만 결국 대화 국면으로 이어지며 유명무실화됐다”며 “제재 가능성은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는 속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외교 전문가도 “북한과 교역 규모가 가장 큰 중국, 금융 제재를 할 수 있는 미국이 강력하게 독자 제재에 나서지 않는 한 실질적인 효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남북 관계 경색으로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이 끊겼고, 정부가 지속하겠다고 이미 밝힌 개성공단사업을 빼고는 대규모 경제 협력이 없는 상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용인 기자 hoonie@hani.co.kr
안보리 의장성명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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