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혐의 조사’ ‘신변안전 보장’
미국에 엇갈린 의중 보내
고위급 대화 촉구 의도인 듯
미국에 엇갈린 의중 보내
고위급 대화 촉구 의도인 듯
북한은 두만강 국경에서 붙잡은 미국 국적 여기자 2명을 ‘간첩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 직무대행은 24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붙잡힌 여기자들이 간첩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보도를 봤고, 그런 혐의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도 ‘두 사람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미국 쪽에 전달됐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우드 대변인은 “북한이 억류 기자들을 잘 대우할 것을 보장한다고 알려왔다”며 북한으로부터 신변안전 보장 통보를 받았음을 강조했다.
북쪽이 이렇게 간첩혐의 조사와 신변안전 보장이라는 ‘이중 메시지’를 보내는 데에는 이번 사건을 북-미 고위급 대화를 촉진하는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드 대변인은 “평양에서 (미국민에 대한) 보호권을 행사하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두 미국인에 대해 스웨덴 정부의 영사접근권을 제공하도록 공식적으로 요청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쪽도 북한에 붙잡힌 미국의 두 여기자를 아직껏 면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미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우리는 매우 예측 불가능한 행위자와 상대하고 있다”며 대북 접촉에 어려움이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은 지난 17일 사건 발생 이후 북-미간 뉴욕채널과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 등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억류 기자들의 신변 안전 확보에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들의 석방을 북한 쪽에 요구하는 공식 성명은 내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이례적인 태도에는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긴장된 상황에서 이번 돌발 사건을 신중하고 조용하게 풀어가려는 외교적 고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제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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