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를 한-미동맹에 종속
길들이기 정책 심히 안타까워”
길들이기 정책 심히 안타까워”
회고록 <피스메이커>의 일본어판 출판기념회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이 2일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접근자세를 대외 의존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등을 역임한 임 이사장은 이날 게이오대학 동아시아연구소(소장 소에야 요시히데) 주최의 강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한다면 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는 ‘비핵 개방 3000’은 핵 포기와 인권문제 등에서 근본적 변화를 대북지원 조건으로 내세운 미국 네오콘의 ‘대담한 접근’ 방식을 연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출범 때부터 “한-미 관계가 잘되면 남북관계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민족문제와 남북문제를 한-미 동맹에 종속시키려는 외세 의존적인 경향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장은 북핵문제와 북-미 관계가 분수령을 넘어가는데 이명박 정부는 완전한 핵폐기를 주장하며 핵문제 해결 과정의 단계적 성과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쪽은 남쪽의 대북정책 전환이 없다면 개성공단의 전면중단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과 북이, 상대방이 변하기를 기대하면서 길들이기를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 길들이기를 시도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굴복해 직접대화에 나선 점을 예로 들어 남북관계 파탄을 방치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가 이미 해결책이 제시된 북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이라며 북-미 관계 급진전에 대비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앞서 1일 도쿄에서 열린 <피스메이커>의 일본어판 <남북 정상회담에의 길> 출판기념회에는 도이 다카코 전 사회당 대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이종원 릿쿄대 교수 등 일본의 한반도 관련 학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총련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및 햇볕정책 설계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도이 다카코 전 대표는 축사에서 “지금 우경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일본에서 임 선생의 회고록은 나에게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며 “우리들도 임 선생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싸우자”고 말했다.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는 “현재 남북관계는 긴장상태를 보이지만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전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고, 포용정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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