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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미·중·일 전문가 논평도 ‘온도차’

등록 2007-10-01 19:33

미 “큰기회” “성과 제한적”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전망은 시각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레온 시갈은 “워싱턴에선 ‘한국이 미국보다 앞서 나가선 안된다’고 하지만 이번 회담은 정말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화해 뿐아니라 북미간 화해를 위한 새로운 추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 화해의 길로 들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상회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남북경협에 대해 남한은 통일 이후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북한은 식량부족 해결 등 단기 과제로 접근하는 등 정상회담을 보는 남북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대화도 제한될 수밖에 없고, 평화체제·경제협력 분야에서도 제한된 합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장기적 목표에 부합하고 차기 대통령이 누구든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국장은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은 지지하겠지만, 확실한 성과 없이 양보하거나 대가를 주는 식의 ‘방해’가 된다면 당연히 달갑지 않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남한의 경제지원을 계속 끌어내고 남한 대선에 영향을 끼쳐 우호적 정권의 등장을 통해 비핵화 의무를 피해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남한 국민들도 이제는 북한과의 말 뿐인 평화선언이나 남북경협 강화 등에 대해서는 크게 감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선 정국에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중 “남북한 공동번영 서막”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번 회담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한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또한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전망하면서 기대감을 비쳤다. 이런 보도는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중국 당국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둔치우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회담이 한반도를 하나로 묶는 경제공동체 건설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남북은 2000년 6월 제1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교류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이를 토대로 경제협력 부문에서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불안한 정전체제를 영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00년 정상회담은 남북의 쌍방교류, 특히 경제협력과 인적교류에 기초해 개성공단 건설과 금강산 개발의 단초를 마련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정치적 영역, 예컨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남북 관계는 물론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치바오량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한반도연구실 주임은 “이번 회담은 북핵 6자회담이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며 “이는 동북아 정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일 “평화선언땐 큰 상징성”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한반도 정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7년 전 첫 회담과 달리 열기가 고조되지 않아 논평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북핵 6자회담이 진전되는 상황에서 남북의 정상이 회담을 통해 북핵 무능력화를 향해 움직인다는 점은 국제적 임팩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핵 문제의 진전과 병행해 남북관계가 좀더 앞으로 나아간다는 데 이번 회담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몇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아 회담의 성과는 상징적 차원에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평화협정 체결이나 평화체제 문제에서도 세부적 사항까지 논의가 좁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한번의 회담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한반도 평화선언 정도는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6자 외무장관 회담에 앞선 평화선언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언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일종의 중개역을 맡은 것”으로 평가하면서 “일본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겨진 문제는 일-조 국교정상화”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생각할 때 일-조 국교정상화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경제교류가 대규모로 확대되기 위해서도 일-조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일-조 국교정상화가 되면 두 나라간 대규모 경제협력과 정세변화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할지도 모르겠다”며 “김 위원장은 ‘알았다’ 정도로 반응하는 데 그치겠지만 그 정도 대답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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