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지원 무기한 유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5~6일 열린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그룹회의가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난 이후 일본 정부가 다시 대북 대결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과거청산과 납치문제 병행 논의’란 일본의 제안을 ‘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대북제재와는 관계 없이 대북 수해지원 방침을 회의 이후 돌연 무기한 유보했다고 언론이 7일 보도했다. 또 다음달 13일이 만기인 대북 경제제재(북한선박 일본 입항 금지, 북한으로부터 수입 전면금지 등) 시한을 6개월 더 연장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수해지원품 운송선 임시입항 요청서의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이를 배달증명 우편으로 총련에 되돌려보냈다.
이런 처사는 수해지원 검토, 과거청산 우선 논의 등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였음에도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납치 문제에 자세를 굽히지 않은 데 대한 일종의 보복·압박조처로 보인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현시점에서 긴급 인도지원을 국민이 납득하느냐 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회담 이전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무상이 수해 지원은 기존의 대북제제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한편, 국교정상화 실무그룹회의 북한 쪽 수석대표인 송일호 외무성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대사는 8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지금까지는 납치문제만을 다루려 했지만 이번에는 과거 청산을 병행해 논의한다는 상당히 건설적인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송 대사는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다시 조기 국교정상화의 실현 의지를 확인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일본이 인도적 차원에서 총련 중앙회관과 만경봉호 문제에 대해 정치적 용단을 내려 협상 분위기를 조성할 것을 주장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권혁철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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