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로 일본 간 일가족
한국행 희망 신청서 제출
한국행 희망 신청서 제출
“하루 걸러 빵을 먹는 게 고작일 정도로 사는 게 힘들었다. 무력한 지배자가 사회를 후퇴시키는 것에 의문과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나룻배로 북한을 탈출해 1주일의 표류 끝에 2일 아침 일본 아오모리현 후카우라항구 인근 바다에서 발견된 탈북 일가족 4명은 생활고와 체제에 대한 불만 때문에 탈북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국행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수사당국에 냈다고 일본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50대 후반과 60대 초반 부부와 전문대학생 30대 큰아들, 문어잡이 어부인 20대 둘째아들 등 4명의 탈북 가족은 “지금의 체제로는 인민이 먹고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차남이 고생해 낡은 나룻배를 장만하고 문어잡이를 해 가족들을 부양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신청서에서 “생활이 점점 힘들어져 (아들 둘의) 장래에 불안을 느끼게 됐다”며 “이대로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두 출국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낡은 나룻배를 타고 안개가 잔뜩 낀 지난달 27일 북한 청진항을 빠져나온 뒤 나흘 동안 거친 파도에 휩쓸렸다. 이들은 “나룻배 안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대화도 나누지 못하는 등 죽을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경찰은 둘째아들의 소지품에서 분말 형태의 각성제 미량(1g 이하)을 발견하고 입수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 그는 “내가 사용하려고 소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은 일단 각성제단속법 위반 혐의로 서류 송치할 방침으로 검찰과 협의 중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한국행은 다소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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