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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되돌아본 금강산 관광 8년

등록 2006-10-27 20:23

정주영회장 소떼로 연 길
북핵·교전 풍파에도 꿋꿋
1998년 11월18일 관광선 ‘금강호’가 금강산을 향해 첫 고동을 울렸다. 금강산 관광의 탄생을 알리는 소리였다.

금강산관광의 탄생까진 긴 산고가 있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89년 북한과 금강산 관광개발 의정서를 맺었다. 동부지구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관광임을 명시해, 금강산 관광의 기초를 세웠다. 그러나 꿈의 실현까진 시간이 더 필요했다. 1차 북핵 위기와 조문파동으로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정 명예회장이 9년 만인 98년 6월 소떼 500마리를 끌고 판문점을 넘고서야, 비로소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같은 해 10월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 지역에 대한 30년간의 독점 관광사업권을 보장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의 대북사업 집념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경협 의지가 어우러져 금강산 관광이 탄생한 순간이다.

힘겹게 열리고도, 가는 길엔 풍파가 잦았다. 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가 억류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45일간 관광이 중단됐다. 비싼 요금과 관광객의 행동제약도 골칫거리였다. 한 해 50만명을 장담했던 현대아산의 기대와는 달리, 2001년 관광객은 5만7천명에 불과했다. 수익 악화와 자본잠식으로, 관광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은 휘청거렸다.

퍼주기 논란, 관광대가의 핵개발 전용 의혹도 금강산 관광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독점권 대가로 9억4200만달러를 북쪽에 주기로 했다. 수익성 악화와 무기구입 비용으로의 전용 가능성을 문제삼은 야당의 견제로 대가 지불 방식은 2001년 6월부터 관광객 1인당 100달러씩 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위기의 금강산 관광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금강산 관광경비 지원도 여야 대치 속에 ‘이뤄졌다 끊겼다’를 반복했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과 ‘사스’ 파동도 금강산 가는 길을 위태롭게 했다. 북은 ‘사스’ 확산 방지를 내세워 2003년 5~6월 금강산 길을 닫았다. 남에선 대북송금의 책임 논란이 소용돌이쳤다.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금강산 관광은 ‘선장’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잃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의 ‘목숨’은 끈질겼다. 99년과 2002년 6월, 이른바 서해교전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긴장 속에서도 금강산 뱃길은 닫히지 않았다. 국지 충돌의 전면 분쟁으로의 비화를 막는 안전판으로서, ‘평화사업’ 금강산 관광이 진가를 드러냈다.

2002년 11월 금강산관광지구 지정, 2003년 9월 육로관광 본격화로 관광사업의 매력도 커졌다. 2005년에는 사상 최대인 30만1822명이 금강산의 정취를 맛봤다. 올 상반기까지도 15만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왔다.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은 금강산 관광을 문제삼았다. 정부는 유엔의 제재와 금강산 관광은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안팎의 중단 압력은 커지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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