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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일 무슨말 했기에…’

등록 2006-10-22 19:22

중 ‘간접화법’에 더 헷갈려
한반도 비핵화 유훈·북-미 직접 대화 언급한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의 기존 태도에 비춰 새로운 것이 전혀 없다는 냉담한 반응에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호의적 평가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크다.

이런 혼란은 기본적으론 메시지 자체의 모호성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것이 중국의 ‘간접화법’을 통해 전달됐다는 점도 한 이유이다.

중국은 북한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일본 언론이 전하고 있듯이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말은 북한의 목표가 핵 보유국이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중국의 모호한 태도는 이런 점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라이스 장관이 21일 <시엔엔>과의 회견에서 “북한 상황을 일부 이해한다는 뜻에서 중국 나름의 견해를 밝힌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폐기 의사를 확인했지만, 동시에 북한이 요구한 미국의 적대정책 해소라는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미국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해소에 대한 답을 가져오지 않는 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말을 이해하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 유예를 약속했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 쪽 정보 등을 갖고 김 위원장에게 추가 핵실험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에이비시>(A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추가 시험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 건 우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었다. 추가 핵실험의 가정법에 따른 우려를 전달했을 것이고 북한은 그런 우려에 대해 이해를 표시했을 것이다. 북한은 말로는 모호하게 했을지 몰라도 실제 핵실험 움직임은 중단했다.

중국은 이런 맥락에 기초해 관련국들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김 위원장에게 “추가 핵실험은 보고 싶지 않다”는 표현을 썼고, 이에 김 위원장이 명시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도, 중국 지도부가 상황을 종합판단해 추가 핵 실험이 없을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런 모호성은 중재자로서 중국이 처한 모호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추가 핵실험은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했지만,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유예한다면 대신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또는 중국은 북한에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분명히 제시하지는 못한 듯하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 “중국이 (그런 얘기를) 나에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건네줄 미국의 메시지가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해석의 혼란은 중국의 ‘간접화법’에 대한 각국의 상황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갖는 모호성보다도 북한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 결의에 대한 태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평가절하함으로써 현재의 대북 제재 국면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북-미를 협상 국면으로 끌어내기엔 중국의 중재력이 아직은 역부족인 듯하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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