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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라이스 중국 방문, 별로 얻은 것이 없다?

등록 2006-10-20 22:41

기대 모았던 북한측 메시지 즉각 평가절하
의심 선박 검색문제서도 입장차이 못 좁혀

북한 핵실험 위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돼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중국 외교당국 최고 책임자들 간의 회동이 20일 베이징에서 이뤄졌다.

일본, 한국을 거쳐 20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라이스 장관은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과 차례로 만나 북한 핵실험 문제를 논의했다.

라이스 장관의 방중 일정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역시 북한이 후 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던 탕 국무위원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 이행문제에 대한 양국 간의 입장 차이 조율문제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금융제재만 해제하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고 6자회담에도 복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 북한의 의사 표시는 미국에 의해 즉각 거부되고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한 화물검색 문제에도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의 자세 완화와 중국의 낙관 = 북한이 탕 특사를 통해 미국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메시지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추가 핵실험 포기 및 6자회담 복귀 의사 표시가 그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탕 특사가 비공개 회담에 앞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행스럽게도 나의 이번 방북이 헛되지 않아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한 것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실험을 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방북 성과와 관련, 리 부장은 "최소한 '상호 이해'는 증진됐다...회담 참석자 모두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언급은 중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라이스 장관은 북한측이 중국 특사와의 회담에서 제의한 것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여전히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와 추가 핵실험 포기의 확고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는지, 미국이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메시지에 대한 반응인지, 북한에 명분을 찾을 수 있는 제3의 대안이 제시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제재결의 이행문제 입장차이 = 라이스 장관에 따르면, 중국측은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양국 국경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안보리 결의의 전면적인 이행을 촉구해온 미국에 '성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공해상에서 핵무기, 화학.생물무기, 또는 탄도미사일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나 물질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북한 선박에 대한 화물검색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서는 중국의 대북 압력이 관건이라는 판단에 따라 전면적인 이행을 강조해왔고 중국도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라 충실히 제재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도 미국과 입장 차이를 드러내 왔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를 확대 적용해서는 안된다면서 화물검색엔 동의하지만 이것은 화물을 중간에서 압류하거나 저지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해 검색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해상에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한 화물검색에서 강수를 쓸 경우 원치 않는 군사대결을 초래할 수 있고, 대북 식량 및 에너지 감축이 대량의 탈북 난민이 밀려들어 동북지방의 경제.사회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북한 내부붕괴라는 사태에까지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다. 두 나라 외교 수장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고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반대에는 한 목소리를 냈으나 그 강조점은 중국이 대화.협상을 통한 핵실험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둔 반면 미국은 안보리 결의의 전면적 이행에 두어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 미국의 일축...전망 불투명 = 라이스 장관은 중국 지도자들과 회담을 마친 후 탕 특사가 북한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 그러나 북한측은 "특별히 놀랄만한 것이 없는" 제의를 했다고 일축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중국의 낙관적 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 국무부 관리들은 북한의 메시지를 미리 예상한듯 라이스 장관의 일본, 한국 방문 기간 기자들에게 탕-라이스 회담에서 '놀라운 발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등 김빼기식 발언을 하기도 해 라이스 장관의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자기에게 넘어 온 공을 넘어오자마자 단번에 걷어찬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런 발언은 중국의 중재외교 노력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모양새여서 대북 제재 이행문제와 관련한 미.중 양국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에서 "협상의 길을 열어 놓고자 한다"고 말했던 라이스 장관은 특히 6자회담이 열리면 미국도 참여하겠지만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단기간 내에 현재의 위기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같은 날 핵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평양시 군민대회에서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 비서는 대북 제재결의 채택을 거론하며 "일심단결의 위력과 자위적 국방력으로 미제의 책동을 짓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정말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지 의심케 했다.

이돈관 특파원 do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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