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14일(현지시간) 오후 북한의 핵실험 주장과 관련, 북한에 군사적 제재를 제외한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북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AP=연합뉴스)
유엔헌장 7장 41조 명시…해상 검문 논란 여지남겨
유엔 안보리는 14일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군사조치 가능성은 배제하되 강력한 경제적 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대북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로써 안보리는 지난 7월초 북한 핵실험 강행 선언 이후 나흘만에 의장 성명을, 핵실험 주장 후 엿새만에 강력한 대북 제재결의안을 각각 채택, 북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의지를 천명했다.
안보리는 이날 오전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과 의장국인 일본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회의를 열어 막판 이견을 조율한 뒤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가결했다.
결의안은 특히 대북 군사조치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엔 헌장 7장의 포괄적 적용을 배제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요구한 비군사적 제재만 허용하는 7장 41조를 적용키로 합의했다.
결의를 주도한 미국의 존 볼턴 유엔대사는 안보리 연설을 통해 "오늘 우리는 북한과 확산예상자들에게 대량살상무기(WMD)를 추구할 경우 심각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하고 명백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왕광야 대사는 중국은 아직도 선박검색에 반대한다면서 회원국들에게 '도발적 조치'들을 취하지 말것을 촉구했다.
결의는 모든 회원국들에게 북한의 불법적인 거래를 막기 위해 북한을 출입하는 화물 검색을 포함한 협력적 조치를 국제법, 국내 권한(authorities)및 법에 따라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당초 원안은 해상 검문의 경우 '필요하다고 간주될 경우...검색한다'로 규정해 군사적 조치에 준하는 해상 봉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됐으나, 새 타협안은 가능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되 검색이 유일한 조치는 아닌 것으로 크게 완화됐다.
아울러 결의 채택후 30일 이내에 회원국들은 이행조치를 안보리에 보고토록 하고, 결의이행을 위한 안보리 위원회를 구성하며, 모든 이사국들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이행상황을 감독하며 최소한 90일마다 이행상황을 보고토록 했다.
이로써 북한에 대한 해상 검색을 실시하더라도 그 강도와 대상, 기준 등이 좀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결의는 특히 "북한의 핵무기 실험은 국제평화와 안전에 위협"이라고 비난하고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NPT(핵비확산조약)및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규정 복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방법으로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무기 금수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무기금수'에서 ▲전차,장갑차,중화기,전투기,공격용 헬기,전함,미사일및 미사일 시스템 일체 관련 물품 ▲ 핵이나 탄도미사일,기타 대량 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있는 모든 품목과 장비로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 제약을 가했다.
아울러 사치품의 경우 원산지를 불문하고 북한으로 직간접 제공되거나 판매, 이전되지 못하도록 제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계좌동결 등 미국의 강력한 금융제재 조치와 함께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체제유지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결의는 나아가 북한의 핵.WMD.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금과 금융자산.경제적 자원들을 동결하고 이들 금융자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와함께 북한에 대해 아무런 조건없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6자회담에 복귀할 것과 작년 9월 합의한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했다.
안보리 결의안 주요 내용 뭔가?
군사대응 배제=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안보리가 “필요하면 추가조처를 취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대북 제재의 수단에서 ‘군사적 대응’을 배제한 것이다.
유엔 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 파괴, 침략행위를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조치를 41조와 42조에 명시하고 있다.
유엔 헌장 제7장 41조에 따르면 안보리는 자체 결정을 집행하기 위해 병력의 사용을 수반하지 않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으며, 유엔 회원국들에게 그런 조치를 적용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41조에 따른 비군사적 강제 조치에는 경제관계 및 철도·항해·항공·우편·전신·무선통신 및 다른 교통통신수단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단과 외교관계 단절 등이 포함된다.
41조에 따른 조치 이후의 상황을 전제로 한 42조는 공군, 해군 또는 육군에 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보리의 결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무력 사용이 국제법의 보호를 받도록 한 조항이다.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제 7장을 원용, 특정국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먼저 비군사적 제재인 41조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고 그래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추가 결의안 채택을 통해 무력사용을 담보하는 제42조 등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번 대북 제재결의 채택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은 42조를 염두에 든듯 7장 규정을 포괄적으로 원용하기를 주장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측이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배제하기위해 41조를 명시할 것을 주장, 채택됐다.
그러나 안보리가 북한의 이행상황을 계속 지켜보기로 결정함으로써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엔헌장 7장에 따라 강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직접 영향 받지 않아=안보리 협의 내용을 보면, 대량살상무기 계획 등에 기여하는 물자·사치품의 공급·판매·이전 금지, 대량살상무기 등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고 인정된 개인과 단체가 해외에 소유·관리하는 금융자산 동결 등이 담겨 있다. 일반 경제관계 및 무역은 제재 범위에 들어 있지 않다.
이를 두고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안보리 결의안 협의 내용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금지할 수 있는 조항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속전속결 및 이중 전략=안보리 협의가 급진전을 본 것은, 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중국의 강한 압박과 함께,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애초 미국의 초안 자체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예상해 최대치를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안보리 결의 수준이 좀 미흡하더라도 이를 빨리 매듭짓고, 한국·중국 등에 양자 차원의 대북 제재를 하라고 압력을 넣는 2단계 전략을 펼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구상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다음주 한국·중국·일본을 방문해 협의할 때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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