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3일 북한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서 정부당국의 총력외교를 주문하는 동시에 남북 교류협력 사업중단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냉전시대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이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우리당은 전날 전직 국방장관 등이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주장한 데 대해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무모하고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하고 "전술핵을 남한에 배치하는 순간 한반도에 전쟁 위협을 상존시키게 되며, 무력충돌의 위험이 있더라도 강력한 대북제재를 해야 한다는 건 부부싸움중에 홧김에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첫번째 당사국이며,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주인"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핵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비핵화가 관심일 수 밖에 없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 핵 폐기 노력을 강조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북에 대한 모든 지원과 대화를 끊고 전쟁불사의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하고, 북미간 직접대화만이 가장 확실한 북핵위기 해소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과 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삼성동 무역회관에 있는 주한미상공회의소를 방문키로 하는 등 핵실험 충격파로 흔들리는 시장을 다독이기 위한 행보를 계속했다. 증권거래소 방문(11일)과 개성공단 협력업체 관계자(11일) 간담회에 이은 외곽 여론다지기 차원이다.
이와 관련,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은 "한반도에서 작은 무력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국내투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제재에 굴복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며,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면서 "북한 역시 `제재의 모자를 쓰고 대화테이블에 나갈 수 없다'는 식의 경직된 발상을 버리고 전향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핵실험과 관련 `미국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우 대변인은 "핵을 개발하고 실험한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이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럼에도 미국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핵 개발의 구체적인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최고 강대국인 미국이 쥐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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