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해법 숨가쁜 조율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6자회담에 나와라. 그러면 북-미 양자협의를 통해 (북한이 금융제재라고 주장하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포함해 모든 걸 협의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7∼9일 한국 방문 기간에 북쪽에 전하려 한 핵심 메시지다. 힐 차관보는 8∼9일 서울에서 6자회담 한국 쪽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시작으로 반기문 외교부 장관, 이종석 통일부 장관,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을 잇달아 만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현 상황을 극복하려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9·19공동성명 이행방안 협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적극 펼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중국의 비공식 6자회담 제안이 실현되도록 양국이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의 제안에 북쪽은 아직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5개국은 비공식 6자회담 개최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6자회담 중국 쪽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11일 북-중 우호조약 45돌 기념 중국 대표단과 함께 평양에 들어가는데, 그때 북-중의 밀도높은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6자회담 밖에서는 (북한을) 만날 수 없으며, 6자회담 이슈를 양자 이슈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쪽이 요구하는 ‘6자 틀 밖의 북-미 양자협의’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19차 남북장관급회담(11∼14일, 부산)을 예정대로 열어 북쪽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힐 차관보는 이해와 공감을 표현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한-미 ‘대북 제재’ 협의 여부에 대해, 이 당국자는 “양쪽 모두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이종석 장관과 만남 뒤 “한국 쪽에 미국의 의견을 충분히 얘기했다”며 “(북쪽에)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시각을 북쪽에 충분히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을 중심으로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북한을 뺀 5자회담’ 가능성에 대해, 천 본부장은 “6자회담의 대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쪽이 복귀를 끝까지 거부해 6자 틀 자체가 흔들리면 5자라도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하나의 구상”이라며 “너무 역점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힐 차관보는 “북한은 어느 나라에도 사전통보 없이 미사일을 쐈다”고 밝혀, ‘북한이 중국에 미리 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렸고, 힐 차관보는 이런 사실을 중국한테 들었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정면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일본으로 떠났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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