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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납치문제 국제공조 차단 북 ‘인도주의 접근’ 선택

등록 2006-06-08 19:10수정 2006-06-08 22:11

김영남씨 모자 ‘28년만의 만남’ 길열려
북한이 6·15 이산가족 특별상봉 행사 때 고교생 납북자 김영남씨와 남쪽의 모친 최계월씨의 상봉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은 ‘남과 북의 전략적 판단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열차 시험운행 무산으로 한때 흔들렸던 남북간 신뢰관계가 새롭게 구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우선 김씨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태도는 일본에 대항한 ‘공세적 방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11일 요코타 메구미의 딸 김혜경양과 김영남씨의 남쪽 가족 유전자를 대조한 결과 김영남-메구미가 부부 사이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뒤, 대북 압박 강도를 갈수록 높여왔다.

특히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일본의 보수 우파들이 ‘국제적 공조’를 통해 납북자 문제를 부각시키고, 이를 국내 선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8일 백악관에서 메구미의 어머니 사키에를 만난 것이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7월 중순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납치 문제를 주요 공동의제로 제기하겠다고 지난달 초 공언한 게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요코타 메구미라는 ‘국제적 연대의 고리’를 차단하는 한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틀에서 ‘인도주의적 사안’으로 김씨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올해 초부터 납북자 문제 해결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건 남쪽 정부도 일본의 국제적인 반북 연대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8일 브리핑에서 “김영남씨 문제에 대해 정치적 캠페인이 아닌, 실사구시적 접근으로 돼야 한다고 봤다”며 “상대방(북한)의 체면을 깎거나 모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일본의 접근법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사확인-상봉-송환’ 등에 맞춰 단계적으로 북한에 ‘과감한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점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면 남쪽 정부는 냉전시대의 아픔을 청산함으로써 대북 지원의 국민적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북한으로서는 ‘실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의 통보가 의외로 빠르다며 다소 놀라는 눈치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월 하순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김영남씨의 생사 확인을 요청했고, 북한 정부는 “해당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6·15 이산가족 특별상봉 행사 때 모자 상봉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달 10일 상봉 의뢰 대상자 명단 교환 때 김영남씨 몫 1명을 뺀 399명만 통보했다. 일종의 압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북한이 5일 보내온 생사확인 회신 명단에 김영남씨 이름은 없었는데, 이번에 별도로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쪽의 판단은 평가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안아주고, 쓰다듬어줘야제”

김씨 어머니, 상봉 희소식에 울음 누나 “형식 구애 안받아…만나는데 의미”

납북자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왼쪽)씨와 누나 영자씨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납북자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왼쪽)씨와 누나 영자씨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뭐 할 말이 있겄는가, 아들 만나게 된다니 반갑고…. (만나면) ‘얼마나 고생했냐’ 안아주고, 쓰다듬어줘야제.”

‘김영남씨와 남쪽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북한 쪽의 전화통지문 내용이 알려진 8일, 김씨의 어머니 최계월(82)씨는 북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1978년 당시 16살)이던 아들 김씨가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북된 지 30여년 만의 극적인 상봉이다.

최씨와 누나 김영자(48)씨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오전에 통일부 관계자한테 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계속 요구해왔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게된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영자씨는 “충격적이고 아직도 안정이 안 된다”며 “어떤 성격의 만남이든 구애받지 않고, 우선은 동생을 만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이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만난 다음 (송환 요구 등의) 절차는 가족, 정부, 북한과 차차 협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씨 모녀는 영남씨의 다른 형제 두 명과 함께 이달 말 영남씨를 만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영남씨의 아내인 일본인 납북자 고 요코타 메구미의 가족도 함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최성용 ‘납북자 가족 모임’ 대표는 “북한이 처음으로 김영남씨의 생존 사실과 납북 사실을 공식 인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이산 가족과 별도로 북한이 전체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통크게 납북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납북자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며 “정부는 약속한 납북자 관련 특별법 제정을 이행하고, 북한도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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