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공무원 대상 징계 요청이 이전보다 4배 넘게 폭증한데다, 그 대부분이 개인 비리가 아닌 ‘정책 방향’을 문제삼은 정파적 징계 요청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공무원 징계 최종 결정권을 지닌 중앙인사위원회는 경징계 중 가장 수위가 낮은 견책 또는 그보다 수위가 낮은 “불문 경고”(따져 묻지 않되 경고를 권고한다)를 의결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주도한다고 알려진 통일부의 공무원 징계를 두고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징계는 ‘중징계’(파면·해임·정직)와 ‘경징계’(감봉·견책)로 나뉜다.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통일부의 징계 요구로 중앙인사위에서 최종 판정을 받은 통일부 공무원은 5명이다. 통일부가 징계를 요구했으나 중앙인사위의 최종 판단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6명을 더하면 올해 들어 통일부가 중앙인사위에 징계를 요구한 소속 공무원은 모두 11명에 이른다. 정부 차원의 징계 방침이 정해졌으나 아직 중앙인사위에 회부되지 않은 사안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의 3명, 2021년의 1명보다 최소 3.7~11배 많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의 4명에 견줘도 2.8배 많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중앙인사위에 회부된 통일부 공무원이 폭증한 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지난해말부터 ‘문재인 정부 통일부’의 정책 방향을 문제삼아 관련 공무원들을 상대로 먼지털이식 조사를 벌인 데 따른 결과다. 징계 사유와 중앙인사위의 최종 의결 내용을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올해 통일부가 중앙인사위에 징계를 요구해 최종판정이 이뤄진 5명 가운데 3명은 “업무 부적정 처리”가 징계 사유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일반적 징계 사유인 ‘개인 비리’가 아니다. 더구나 중앙인사위의 최종 판단은 “불문 경고”다. ‘따져 묻지 않되 경고를 권고한다’는 뜻으로, 경징계 가운데 가장 수위가 낮은 ‘견책’을 줄 만한 잘못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들 3명에 대한 통일부의 징계요구는, 지난해 8·15 전국노동자대회 주최자인 양대노총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했는데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제제기·징계요청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조사 중 실신…통일부 전방위 압박에 “쑥대밭” 참고)
이밖에 2명은 비정규직의 급여를 규정을 어기고 부적절하게 올려줬다는 이유와 보안규정 위반으로 견책 판정을 받았다. 올해 징계가 최종 확정된 통일부 공무원 5명 가운데 2명은 가장 낮은 경징계인 견책을, 다른 3명은 개인비리가 아닌 ‘정책 방향’을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돼 사실상 ‘무죄’ 판정에 해당하는 ‘불문경고’를 받은 것이다.
이는 이전 3년간 징계가 최종 확정된 통일부 공무원 8명이 공금횡령과 성비위를 포함해 사실상 모두 ‘개인 잘못’을 이유로 2020년 3명 전원 중징계, 2021년 1명 경징계, 2022년 중징계 3명에 불문경고 1명이던 사실과 대비된다.
이밖에 중앙인사위에 회부됐으나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통일부 공무원 6명의 징계 사유도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 발간, ‘통일티브이’ 문제 등 대체로 개인비리가 아닌 ‘업무 부적정 처리’ 따위다.
전해철 의원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중앙부처의 정책적 판단을 조사하는 것에 대한 장관의 견해’를 묻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가 변화한 상황에서 과거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방향 문제삼기식 징계임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전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이 중앙부처의 정책 판단·결정을 무차별적으로 조사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징계요구도 상당히 무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통일부 장관이 과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차원이라며 이에 대해 사실상 정당성을 부여하고 방조하고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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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