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실태 사진전. 연합뉴스
통일부가 31일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한다. 통일부는 2018년부터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중심으로 탈북자 전수조사 결과를 정리한 ‘북한인권보고서’를 매년 발간해 국회에 보고해왔으나,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내외에서 적극 제기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한다.
통일부가 30일 언론에 미리 제공한 <북한인권보고서>(450쪽)는 2017~2022년 북한 인권 상황을 진술한 탈북민 508명이 겪었거나, 보거나 전해 들은 1600여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담고 있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경지역에서 즉결처형 사례가 지속적으로 수집되고 구금시설 공개처형, 피구금자가 구금시설에서 출산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탈북과정에서 많은 여성이 인신매매를 경험하며 탈북 뒤 중국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는 경우 이송 과정에서 나체·체강 검사, 성폭력, 강제낙태 등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며 “아동이 공개처형되기도 하며, 한국 영상물 시청 등 각종 사유로 17살 미만 아동들이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사례들은 이전에도 보고된 적이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 확인했다는 점이 다르다.
통일부는 또 “파악된 정치범수용소는 모두 11곳이며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시설은 5곳”이라며 “다만, 최근에 정치범수용소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거나 직접 목격한 사례가 드물어 수용소 현황·처우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보고서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발간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첫 공개보고서이자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인권과 정치, 경제, 사회적 실상 등을 다양한 루트로 조사해서 국내외에 알리는 게 안보와 통일의 핵심 로드맵이다. 각 부처는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보고서>를 2500부 인쇄해 정부기관·도서관·연구소 등에 보내고 영문판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전문은 통일부 누리집에서 31일부터 내려받을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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