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은 8기13차 회의를 5일 열어 “2월 하순 당 중앙위 8기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집을 결정”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회의는 조용원 당 조직 담당 비서가 사회를 맡았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조선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두 달 만에 다시 소집했다. 안건은 ‘농업 문제’다.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은 8기13차 회의를 5일 열어 “2월 하순 당 중앙위 8기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집을 결정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회의 안건은 ‘새 시대 농촌혁명 강령 실현을 위한 지난해 투쟁 정형을 총화(결산)하고 당면한 농사 문제와 농업 발전의 전망 목표들을 토의’하는 것이었다. 정치국은 회의 결정서에서 “농업 발전에서의 근본적 변혁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회의는 조용원 당 조직 담당 비서가 사회를 맡았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 중앙위 전원회의 소집은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 국정 방향을 밝힌 당 중앙위 8기6차 회의(2022년 12월26~31일) 이후 두달 만이다. 최근에는 노동당 전원회의가 한해 두 차례 정도 열린 선례에 비춰 두 달 만의 회의 소집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예고한 회의 안건이 ‘농업 문제’뿐인 데다 “근본적 변혁 강력 추진”을 밝힌 터라, 회의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연말 전원회의 이후 2개월 만의 개최는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소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구병삼 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농업 관련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상정했는데, 정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 및 내부 동향을 주시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구 대변인은 “정부가 추정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2022년도 451만톤이었고, 2021년도에는 469만톤”이라고 밝혔다.
정치국 결정서에 ‘총화’ 대상으로 적시된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이란 김정은 총비서가 2022년 국정 방향을 밝힌 노동당 중앙위 8기4차 전원회의(2021년 21월27~12월31일)에서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 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 나가자”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특별히 강조한 ‘농촌 발전 목표’를 뜻한다.
당시 김 총비서는 ‘농업부문’을 “당이 제일 중시”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건설 강령”이자 “중장기 농촌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모든 농촌마을”을 “삼지연시 농촌마을 수준”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아울러 “농촌 면모·환경 결정적 개변”을 “사회주의 농촌 건설의 최중대(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선언했다. 김 총비서는 “인민의 세기의 숙망을 반드시 실현하려는 당의 결심과 의지”를 강조하며 “식량문제 완전 해결”을 다짐하고는 “앞으로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점령해야 할 알곡(곡식)생산 목표와 축산물·과일·남새(채소)·공예작물·잠업 생산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벼와 밀농사를 강하게 추진”해 “인민의 식생활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음식 위주로 바꾸는 데로 농업생산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과 맛이 떨어지는 ‘옥수수 식량’ 비중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김일성 주석의 “이팝(흰쌀밥)에 고깃국”이 “흰쌀밥과 밀가루음식”으로 대체된 셈이다. 김 총비서는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대부를 받고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할 데 대한 특혜조치를 선포”했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잘살아보세’를 내건 박정희식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한다고 짚었다.
요컨대 2월 하순 소집될 당 전원회의에선 김 총비서가 “당이 제일 중시”한다고 강조한 “농업 부문”의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의 지난 1년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올해 농업 계획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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