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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중국-대만 전쟁 나면, 남북한도 끌려들어갈 수 있다

등록 2023-01-30 09:15수정 2023-01-31 18:32

미 분석과 한반도 안보
지난 12일 대만 가오슝 일대에서 열린 군훈련에서 대만 군인들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내려 뛰어가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 훈련을 진행했다. 가오슝/AP 연합뉴스
지난 12일 대만 가오슝 일대에서 열린 군훈련에서 대만 군인들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내려 뛰어가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 훈련을 진행했다. 가오슝/AP 연합뉴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전쟁이 벌어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최근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질문이다. 이러한 호기심을 반영하듯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4차례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그 결과를 공개했다. 1월 9일 발표된 보고서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에 담긴 ‘워 게임’은 2026년 중국이 대만 점령을 목표로 공습과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결과는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크게 소개된 바 있다. 중국의 침공 목표 달성은 실패하고 대만은 물론이고 미국 등 관련국들도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보고서가 놓치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보고서에선 “미국·대만·일본이 중국의 재래식 상륙작전을 격퇴하고 대만의 자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관련해선 “주한미군의 4개 전투비행대대 중에 2개 대대가 차출돼 전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대규모로 차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다수의 전문가는 한국이 중립을 지키거나 매우 제한적인 수준의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미국이 한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한미군을 동원할 수 있는지, 미국이 주한미군을 대만 전쟁에 투입할 경우 한국이 과연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2021년 5월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우발 계획과 작전 계획에 주한미군의 능력을 포함시키는 것을 옹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대만 전쟁시 “주한미군 소속 병력을 포함해 어떤 병력을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말했고,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도 “미군 재배치 권한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미동맹에는 주한미군의 유출입에 대한 사전동의 절차가 부재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국의 군사적 효용성이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개전 초기 중국은 대만의 주요 군사기지에 공습을 가하는 한편, 해군력을 대거 동원해 대만을 포위·봉쇄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 및 참전국들이 중국의 해군력 결집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가 승패를 가름할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바로 중국의 북양함대 및 동양함대의 남진이다. 칭다오와 딩하이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이들 함대가 신속하게 대만해협에 투입되면 중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들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들 함대와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동맹국이다. 오산공군기지와 군산공군기지에 있는 미국 공군력이 이들 함대의 남하를 견제·저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일찍이 이를 주목한 인물이 데이비드 서치타이다. 미 7함대 작전참모와 주한미 해군 선임장교를 지낸 서치타는 현역 시절이었던 2013년에 쓴 <제주해군기지: 동북아의 함의>라는 보고서에서 “대만 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는 미국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은 남쪽으로 향하는 중국의 북양함대를 막을 수 있다. 또 중국의 동양함대의 측면을 공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전쟁 임박 및 전시에 대만에 무기와 장비를 얼마나 신속하게 대규모로 제공할수 있을지도 중대 변수이다. 이와 관련해 CSIS 보고서는 육로가 열려 있는 “우크라이나 모델”과는 달리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대만에 군수 지원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이 지점에서도 연루의 위험을 품고 있다. 2021년 6월에 미군의 초대형 군수송기인 ‘글로브마스터’(C-17)가 오산기지에서 미국 상원의원 3명과 코로나 백신을 싣고 대만으로 날아간 적이 있는데, 이는 대만 유사시를 대비한 예행연습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브마스터의 화물탑재량은 80톤에 육박해 병력뿐만 아니라 전차와 장갑차도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대만 전쟁시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쟁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크다. 미국이 주한미군이나 역외 군사력을 한국에 전개해 대만 전쟁에 투입하면 중국도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주한미군 기지나 제주해군기지에 보복 공격을 가하면 우리 영토를 공격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한중간의 무력 충돌로 비화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남한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는 자동개입 조항까지 있다. 또 북한은 최근 핵무력과 미사일 전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대만 전쟁시 북한의 선택도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 문제를 ‘바다 건너 불’로 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적 시각을 갖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선은 대만 전쟁을 예방하는 데에 있다. 이와 관련해 CSIS 보고서는 중국의 오판을 막기 위해 군사적 억제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는 또 하나의 오판을 품고 있다. 대만과 미국, 그리고 동맹국들이 대중 억제력을 강화할수록 중국은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중하다. 통일을 국시로 삼고 있는 중국은 무력을 써서라도, 또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결기를 더욱 강하게 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억제력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국제사회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의 자치 지위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국과 대만도 상대를 자극하는 언행을 중단하고 교류협력과 대화 증진을 통한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전쟁에 휘말리게 하지 않는 것이 동맹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남북한은 대만 전쟁 발발시 몽유병자처럼 동맹의 체인에 엮여 전쟁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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