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40여Km 떨어진 콜론시나 지역의 숲속에 버려진 러시아군의 다연장 로켓포.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각) “한국 국적자 13명이 우크라이나로 들어와 4명이 죽었고 8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났으며 1명이 남아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외교부는 “러시아 정부가 확인 요청에 답이 없다”고 19일 밝혔다.
이고르 코나센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텔레그램 동영상 성명에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안 모든 국제 부대원 대표자들을 감시·기록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쪽 외국 용병 현황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외교부는 19일 “현재 러시아 국방부가 밝힌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사실관계 파악을 지시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 정부가 숫자만 언급했을 뿐 죽었다는 이들의 구체적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 사실관계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러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의 사실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발표가 심리전의 일환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가 (미국 등 서방의 대러시아 대응에 분열을 일으키려는) 국제 심리전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입·출국자, 사망자, 잔류자 숫자만 밝혔을 뿐, 이들의 구체적 신원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4월22일 “최근 유관국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용군으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 국민 중 사망자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고 공지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복수의 한국인이 사망했다는 첩보를 미국 쪽에서 받았은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한국인 13명이 우크라이나로 들어와 4명이 죽고 8명이 떠났으며 1명이 남았다’는 러시아 정부의 발표는, 한국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무단 진입 한국인 숫자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무단입국자는 5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의 신변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한때 사망설이 나돈 해군 특수전단 출신 이근 전 대위는 지난달 27일 부상 재활을 한다며 귀국했다.
이런 여러 사정에 비춰 러시아 국방부 발표의 ‘사실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다, 러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 등의 사실 확인 요청에 공식 답변을 해올 가능성도 당분간은 낮아 보인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쪽 외국 용병 현황 자료’에서 러시아군이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64개국 출신의 6956명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와 1956명이 죽고 1779명이 떠났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폴란드(1831명 입국, 378명 사망), 미국(530/214), 캐나다(601/162), 루마니아(504/102명), 영국(422/101) 등의 순으로 사망자가 많다고 발표됐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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