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걸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 보도했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로 1577일(4년 3개월 23일) 만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 무기 출현은 전세계에 우리 전략무력의 위력을 다시 한번 똑똑히 인식시키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는 “나라의 안전과 미래의 온갖 위기에 대비하여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며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급변하는 국제정치정세와 날로 가증되는 조선반도지역의 군사적 긴장의 근원, 핵전쟁위협을 동반하는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의 불가피성”을 거론했다.
김 총비서가 2018년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에서 처음 밝히고 2018년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 중지”(모라토리엄)에 더는 얽매이지 않는다는 ‘행동’을 통한 공개 선언이다. 김 총비서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3년여에 걸친 ‘교착 국면’을 뒤로 하고, 핵·미사일을 앞세운 전략적 군사행동으로 대미 압박 외교에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김 총비서는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8기6차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대미)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해, 사실상 모라토리엄 해제를 예고했다.
24일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김정은 총비서가 현장지도하고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라 명시한 대목은, 북이 최근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밝혀온 사실과 결을 달리 한다. 이는 적어도 두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태양절) 110돌 즈음에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정찰위성 발사” 형식을 빌려 장거리로켓 발사(군사기술적으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동일)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한·미 정부와 전문가들의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김정은 총비서가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려는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포장도 벗겨버리고 바로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 카드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과 대립의 강도가 격해질 위험이 높다.
25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명령서’를 보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군수공업부가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보고’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는 “23일 새로 개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데 대한 친필명령서를 하달하시고 24일 시험발사현장을 찾으시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하셨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명령서’를 보면, 김 총비서는 군수공업부가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보고’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김 총비서는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기적적인 또 한번의 승리”라고 규정하고는, “우리 당의 자위적 국방건설노선과 핵무력건설노선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받들어준 위대한 조선인민이 쟁취한 값높은 승리”라고 밝혔다.
25일 노동신문은 “(24일)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248.5km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km를 4052s(67분53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248.5km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km를 4052s(67분53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주변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고각발사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화성포-17’형 무기체계”를 “주체적 힘의 응결체”이자 “자력갱생의 창조물”이자 “공화국 전략무력의 핵심타격수단”이자 “믿음직한 핵전쟁억제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주체조선의 절대적 힘, 군사적 강세(를) 힘있게 과시”한 “역사적 사변”이라고 자찬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20년 신년사를 대신한 노동당 중앙위 7기5차 전원회의 사업총화 보고(연설)을 통해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군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북한이 공개보도를 통해 신형 화성-17형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 화성-7형이 아니라는 얘기냐’는 질문엔 더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군과 정보 당국 등은 북한이 전날 실제로는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쏴놓고도, 이전에 공개하지 않은 '화성-17형' 성능 시험 발사 때 찍어놓은 사진을 공개 발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추가 분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