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댄 스미스 소장
댄 스미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소장이 11월30일 제주시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에서 열린 ‘제주4·3평화상’ 시상식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시상식 참석 위해 제주도는 첫 방문
“4·3 사건의 진실 새롭게 알게 됐다” 1994년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 초청 방한
‘남·북·미 3자회담’ 주선 등 평화 노력
“북한 협상 나오도록 신뢰구축·소통을” 스미스 소장은 노르웨이 오슬로 평화연구소장(1993~2001)과 유엔평화구축기금 자문위원장(2010~2011) 등을 지냈고, 국제안보, 핵확산 방지 및 갈등 분쟁 연구, 무력분쟁과 평화 구축, 정치적 불안정과 기후변화 관계 등 다양한 분쟁 해결 및 평화 관련 문제를 다뤄온 국제적인 평화연구의 권위자이다. 1994년 김대중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의 초청으로 시작해 여러차례 한국 방문한 스미스 소장은 “첫 방문 때 김대중 이사장과 햇볕정책과 남북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한반도 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2015년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합류하며 한반도의 평화 전망에 작게나마 기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회고했다. 제주도 방문은 처음이라는 스미스 소장은 “한국과 세계의 정치 상황이 어떠했든지, 어떤 두려움과 불안감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제주도에서 발생했던 ‘4·3 사건’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제 어디서 발생했든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고, 감춰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제주도에 오기 전까지는 제주4·3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한국전쟁 이전에 매우 끔찍한 일이 벌어졌었다는 정도였다. 이번 평화상을 받으면서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고, 4·3 관련 자료를 읽고 기념관도 방문했다. 대단히 감동적이었고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에 대해 그는 “누군가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느냐”며 “미국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4·3기념관만이 아니라 르완다의 ‘키갈리 제노사이드기념관’과 체첸의 스탈린 치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희생자들을 기리는 ‘1994년 추방희생자추모관’ 등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학살이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느낀다. 또 이런 기념관을 방문할 때마다 인간의 감동적이고 놀라운 화해와 용서의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스미스 소장은 수상 연설을 통해 “사이버 취약성, 기후변화, 코로나19 펜데믹 영향 등 안보 도전과제들은 금세기 들어 새롭게 나타난 문제들이다. 국가 간 경쟁으로 빚어지는 위험,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의 거버넌스와 리더십 결핍에서 오는 위험 등을 감소시켜야 한다”며 “특히 기후변화라는 도전과제로 발생하는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하게 줄이고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더라도 기후변화는 최소한 앞으로 50년 동안은 우리의 삶과 사회, 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수많은 민간인이 박해를 받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강대국들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0~201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무력분쟁이 50건에서 20건으로 줄었지만, 지난 10년 동안에는 56건으로 증가했습니다. 두 시기를 비교한다면 전자는 평화가 확장된 시기지만, 지금은 분쟁이 확장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러, 미·중 관계는 나빠져 있습니다. 결국 강대국 간 관계가 개선될 때는 나머지 국가들의 평화를 위한 기회가 더 많아집니다. 우리는 강대국들이 좀 더 평화적이고 차분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제주4·3평화상’ 시상식에서는 일본 시민모임인 ‘제주4·3한라산회’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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