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부산에서 열린 2021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청년세션 `한반도 평화, MZ 세대가 말한다'에서 전범선 가수 겸 작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까? 50대 이상 기성세대에겐 ‘익숙한’ 이야기지만, 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엠제트(MZ)세대에게도 그럴까. 이들은 오히려 ‘통일은 소원한 일’이란 말이 더 와닿는다고 한다.
18일 2021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청년세션 ‘한반도 평화, 엠제트세대가 말한다’에서는 청년의 눈으로 본 통일과 평화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가수 겸 작가인 전범선씨는 ‘비혼주의와 통일’이란 발표를 통해 엠제트세대에게 왜 통일이 부담스러운지를 설명했다.
전범선씨는 “통일에 대한 우리 세대의 복잡한 감정을 윗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엠제트세대의 결혼에 대한 생각과 함께 설명하기로 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통일을 부담스러워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엠제트세대가 사랑은 많이 하나 결혼은 부담스럽다고 한다. 경제적 부담, 족쇄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전범선씨는 “윗세대는 결혼은 필수이고 애는 당연히 낳아야 한다지만 우리 세대는 결혼을 반드시 하지 않아도 사랑은 가능하다고 여긴다. 마찬가지로 반드시 통일을 하지 않아도 평화는 가능하지 않을까. 결혼 없는 사랑이 가능한 것처럼 통일 없는 평화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버티는 것만도 평화다. 최악의 기후생태위기인 전쟁을 막아야 한다. 버티고 서로 안위를 챙기며 연대하면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가 오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이재호 부산참여연대 간사도 ‘비혼주의와 통일’ 발표에 공감을 표하며 “청년에게는 ‘왜 결혼 안 해’보다 ‘왜 결혼해’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재호 간사는 “통일은 대박,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통일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아서, 통일을 빌미로 내가 가진 작은 것마저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불안감도 든다”고 말했다.
전범선씨는 통일담론을 평화담론으로 바꿔야 하고 엠제트세대가 지속가능한 평화담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이제는 ‘우리의 소원은 평화’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마치 연애를 할 때 결혼부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처럼 지금은 남북이 통일이라는 역사의 짐을 버리고 서로를 새롭게 마주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희영 부산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활동가는 “엠제트세대에게는 통일의 의미를 묻는 질문보다 ‘당신이 생각하는 평화가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쏟아낼 답변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재호 간사는 “통일을 떠나 평화의 관점에서 보면 청년이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고 전쟁 리스크가 줄어 청년에게 플러스가 될 것”이라며 “통일과 평화와 관련한 가볍고 작은 스토리를 만들어 청년에게 문화적으로 접근하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희영 활동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방북해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는 것이 화제가 된다. 문화적 요소와 재미가 섞이면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나종일 루트임팩트 최고운영책임자는 “청년은 통일이 나와 구체적으로 관계가 있거나 재미가 있으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선씨는 “엠제트세대는 북한을 가보지도 않아 통일을 상상하기 어렵다. 왕래하면 상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가령 일제 때 원산이 동양에서 서핑하기 가장 좋은 곳이었다고 설명하면 서핑에 관심이 많은 엠제트세대가 원산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섭 어썸스쿨 대표이사도 “금강산관광이 다시 열리면 남들이 안 가본 곳, 새로운 곳을 좋아하는 엠제트세대가 인스타그램에 금강산 사진을 엄청나게 올릴 것”이라며 “북한과 문화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면 엠제트세대도 평화의 필요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세션 참가자들은 평화와 통일 같은 거시적 이야기 이전에 우리 사회가 갈등 해결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관계가 단절되고, 해결하지 못한 갈등은 혐오로 번지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갈등 중재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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