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장관이 14일 한국을 찾은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과 팔목을 부딪히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방부 제공
미국의 핵전력을 운용하는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이 한·일 양국을 잇따라 방문했다. 한·일 당국은 리처드 사령관의 정확한 방문 목적은 드러내지 않은 채 “역내 안보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국방부는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서욱 국방장관이 이날 오전 리처드 사령관을 접견하고, 한반도 및 역내 안보정세와 동맹의 억제태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 국방당국 간 긴밀한 공조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리처드 사령관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확인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핵우산) 공약과 관련한 미 전략사령부의 대비 태세가 완벽함을 강조”했다. 리처드 사령관은 이어 원인철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만나 양국 간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리처드 사령관은 12일 일본 도쿄를 찾아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을 잇따라 만났다. 일본 외무성은 이 만남 결과를 전하는 자료에서 미-일이 “중국과 북한 등 지역의 안보환경 및 확장억지 정책에 관해 의견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 방위상이 중국의 군비 강화를 염두에 두고 “더 강고한 미-일 동맹이 불가결하다”는 뜻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번 한-일 순방은 리처드 사령관이 2019년 11월 현직에 취임한 뒤 처음 이뤄지는 외국 방문이다.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는 리처드 사령관의 이번 순방의 목적과 관련해선 다양한 추정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그리고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확장억지 공약과 관련해 상황을 점검하려는 의도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밖에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워싱턴포스트>의 1일 보도로 공개된 중국 정부가 북서부 간쑤성 사막지대에서 건설 중인 100여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silo) 등 새로운 핵 위협과 관련해 동맹국들과 의견을 나누고 대비 태세를 점검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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