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피복·급식모니터링단이 1일 전북 익산의 육군부사관학교 현장에서 급식을 배급받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국방부가 군급식에 장병들의 선호를 적극 반영하고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병력 자원 감소로 조리병 확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일부 민간 위탁도 추진한다.
국방부는 4일 “군 급식시스템을 장병 선호와 건강을 우선 반영하는 ‘선 식단편성·후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로 변화시키기 위해, 학교급식시스템을 본떠 만든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가칭 MaT)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선 식단편성·후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란 영양사들이 장병들의 선호와 영양 균형을 고려해 식단을 정하고, 그에 맞는 식재료를 경쟁조달을 통해 확보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현재 군단급(약 3만명)에 한명씩 편성된 영양사를 사단급(1만2000명)으로 늘이기 위해 올 하반기 영양사 47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장기적으로는 여단급에 한명씩 영양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그동안 군은 1970년 1월 체결한 ‘군 급식 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장병 급식에 사용되는 농수축산물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해 왔다. 매년 연말 전군 급식정책심위원회를 열어 이듬해 먹을 품목의 기준량을 정하면 그에 맞춰 메뉴를 끼워 맞추는 식이다. 또 관계 법령에 따른 여러 제약 때문에 햄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가공식품을 제공하는데도 큰 제한을 받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방부가 생각해 낸 대안은 학교급식처럼 군급식에도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학교급식에선 영양사가 매달 식단을 짜고 그에 맞춰 식재료를 주문하면, 식자재 유통업자들이 경쟁을 통해 적절한 식재료를 공급한다. 국방부는 군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올 하반기 육군 2개, 해·공군 각 1개 등 4개 부대에서 군에 맞는 ‘MaT시스템’(식단편성→입찰→계약→정산 지원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보고, 내년부터 전 군에 단계적으로 확대·적용할 방침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약 1000여개의 농축수협 가운데 군납을 하는 농축수협은 90여개(전체의 약 9%)로 1년 단위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을 갱신한다. 게다가 돼지·닭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축산물은 ‘마리당 계약’이 되어 닭다리·돼지·목살등심 등처럼 메뉴에 맞는 부위별 납품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군납은 전량 국내산으로 정해져 있어 육류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품목은 충분한 양이 제공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MaT시스템’ 도입을 통해 농수축협 뿐 아니라 다수의 공급자들이 참여하게 해 현재의 수의계약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 바꿔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방부는 수가 부족한 조리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육군훈련소와 해군·공군·해병대 교육훈련단처럼 연간 많은 인원을 급식하는 대규모 교육훈련기관을 중심으로 일부 민간 위탁도 검토하기로 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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