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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면 적대정책 변화 신호탄”
조건 조성땐 6자회담 복귀 밝혀
■ 한성렬 북한 유엔차석대사 전화 인터뷰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0일(현지시각) “6자 회담에 나갈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이 조성된다면 나가겠다”며 “미국이 우리와 직접대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 제조 사실과 6자 회담 무기한 중단 의사를 밝힌 전날의 북한 외무성 공식성명과 관련해 갖가지 관측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의 전화 인터뷰 요청에 응한 한 차석대사는 이와 함께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위해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차석대사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6자 회담 복귀의 명분으로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하고 있어, 이 문제에 관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차석대사는 “문제는 (다자냐 양자냐의) 대화 형식이 아니라 미국 정책이 바뀌느냐에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우리와 직접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결국 우리를 인정하지 않고 체제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미 직접대화를 구걸하진 않지만, (부시 행정부가) 직접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결국 우리를 인정하지 않겠다, 우리를 압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 북한 비난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는데도 왜 회담 불참을 선언했는지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우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건 없지만 앞뒤 문맥으로 보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독자적인 판단과 국가이익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결정해 왔다”며, 북한의 회담 불참 선언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이유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 한성렬 북한 유엔차석대사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9일(현지시각)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6자 회담 불참과 핵보유 선언을 한 배경을 “조지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달라지는가를 지켜봤지만 (1기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북한이 6자 회담에 다시 복귀하는 게 가능한가?
=우리는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건 만약 나갈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이 조성된다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커트 웰던 미 하원의원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전했다. 웰던 의원이 분위기를 잘못 읽은 것인가?
=웰던 의원의 방북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인준 청문회와 부시 대통령의 취임연설, 새해 국정연설이 있기 전의 일이다. 미국이 명확히 우리와의 공존의사가 있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인다면 (6자 회담에)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분명해졌듯이 부시 행정부는 그런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 부시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 이건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었나?
=여러분이 보는 것과 우리가 판단하는 건 다르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우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건 없다. 그러나 자유확대와 폭정종식을 강조하며 그것을 미국의 목표로 한다고 말한 건, 앞뒤 문맥으로 보면 사실상 우리를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를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칭하고 그것을 없애야 세계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했던 라이스 국무장관의 청문회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달 하순엔 중국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한다는 보도도 있다.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중국 대표단의 평양 방문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그러나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독자적인 판단에 기초해서, 우리의 국가이익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결정한다. 어떤 외부 나라들의 압력이나 중재, 설득, 이런 노력에 의해 우리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도록 얘기를 하리라 믿는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북-미 직접대화를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설득하길 바란다. - 북-미 직접대화의 한 통로였던 ‘뉴욕 채널’(미 국무부와 북한 유엔대표부 간 채널)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뉴욕 채널은 부시 행정부 아래선 거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시 행정부는) 뉴욕 채널을 문서나 전달하는 통로로 여기지, 협상이나 대화의 통로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래선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사가 있는 걸로 볼 수가 없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조건 조성땐 6자회담 복귀 밝혀
■ 한성렬 북한 유엔차석대사 전화 인터뷰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0일(현지시각) “6자 회담에 나갈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이 조성된다면 나가겠다”며 “미국이 우리와 직접대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 제조 사실과 6자 회담 무기한 중단 의사를 밝힌 전날의 북한 외무성 공식성명과 관련해 갖가지 관측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의 전화 인터뷰 요청에 응한 한 차석대사는 이와 함께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위해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차석대사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6자 회담 복귀의 명분으로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하고 있어, 이 문제에 관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차석대사는 “문제는 (다자냐 양자냐의) 대화 형식이 아니라 미국 정책이 바뀌느냐에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우리와 직접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결국 우리를 인정하지 않고 체제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미 직접대화를 구걸하진 않지만, (부시 행정부가) 직접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결국 우리를 인정하지 않겠다, 우리를 압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 북한 비난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는데도 왜 회담 불참을 선언했는지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우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건 없지만 앞뒤 문맥으로 보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독자적인 판단과 국가이익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결정해 왔다”며, 북한의 회담 불참 선언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이유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 한성렬 북한 유엔차석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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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건 만약 나갈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이 조성된다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 지난달 평양을 방문한 커트 웰던 미 하원의원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전했다. 웰던 의원이 분위기를 잘못 읽은 것인가?
=웰던 의원의 방북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인준 청문회와 부시 대통령의 취임연설, 새해 국정연설이 있기 전의 일이다. 미국이 명확히 우리와의 공존의사가 있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인다면 (6자 회담에)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분명해졌듯이 부시 행정부는 그런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 부시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 이건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었나?
=여러분이 보는 것과 우리가 판단하는 건 다르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우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건 없다. 그러나 자유확대와 폭정종식을 강조하며 그것을 미국의 목표로 한다고 말한 건, 앞뒤 문맥으로 보면 사실상 우리를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를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칭하고 그것을 없애야 세계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했던 라이스 국무장관의 청문회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달 하순엔 중국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한다는 보도도 있다.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중국 대표단의 평양 방문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그러나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독자적인 판단에 기초해서, 우리의 국가이익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결정한다. 어떤 외부 나라들의 압력이나 중재, 설득, 이런 노력에 의해 우리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도록 얘기를 하리라 믿는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북-미 직접대화를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설득하길 바란다. - 북-미 직접대화의 한 통로였던 ‘뉴욕 채널’(미 국무부와 북한 유엔대표부 간 채널)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뉴욕 채널은 부시 행정부 아래선 거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시 행정부는) 뉴욕 채널을 문서나 전달하는 통로로 여기지, 협상이나 대화의 통로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래선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사가 있는 걸로 볼 수가 없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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