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와 대화를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정책 조율의 틀로 출범시켰던 ‘워킹그룹’을 2년여 만에 사실상 종료하기로 했다. 북-미 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이 틀을 통해 남북의 독자적 접근을 제어했다는 부정적 인식과 비판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22일 보도자료를 내 “21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시 기존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한·미는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 외에도 국장급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이행, 남북 협력 등 북핵·북한 관련 제반 현안을 둘러싼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시 체계로 만들어졌고, 외교부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국무부의 대북특별대표가 회의를 이끌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워킹그룹이 한-미 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 조율을 한 중요한 플랫폼이었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물이 된다는 비판도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후엔 “가칭 한-미 국장급 정책 대화”를 신설해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실무 정책 등 제재와 관여를 포함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북한도 그동안 워킹그룹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이번 조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관심을 모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을 방문 중인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접견하고 “(한-미 간) 긴밀한 공조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협상 진전 노력을 지속해줄 것”을 당부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특별대표는 남북 간 의미 있는 대화·관여·협력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는 미국 정부 제안에 대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미 행정부가 잇따라 ‘이제는 북한 차례’라며 대화 테이블에 나설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오히려 미국 쪽이 좀 더 진전되고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내놓으라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7일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지은 이완 기자,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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