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옵티머스와 라임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관해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투명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는 없다”며 이렇게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은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검찰이 라임 사건 수사와 관련한 청와대 출입기록을 요청하면 검토해 제출할 계획”이라며 “다만 검찰이 요청했다는 시시티브이(CCTV) 자료는 보존 기한이 지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시티브이 자료는 보존 기한이 중요시설은 3개월, 기타시설은 1개월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7월 라임 사태와 관련해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청와대 출입기록이나 관련 시시티브이 영상을 제출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거절했다. 당시 청와대는 ‘청와대 출입기록 등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에 따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출입기록은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이 돼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민정수석실이 (검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판단한 것인데 대통령의 지시를 배경으로 조금 더 전향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임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8일 법정에서 ‘지난해 7월 이강세 전 대표를 통해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천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수석은 “이 전 대표를 지난해 7월28일 청와대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면서 라임사태와 관련해 언급을 피했던 청와대가 석달 전엔 거부했던 검찰의 출입기록 요청을 수용한 것은 내부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여러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민정수석실이 내부 조사와 점검을 마쳤다”며 “청와대 인사들의 조직적인 개입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요구한 출입기록은 (이강세 전 대표) 단 한명이 한차례 청와대에 온 것일 뿐”이라며 “담백하게 대응하면 될 문제”라고 했다.
옵티머스 사태 역시 보수 야당이 주장하는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적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윤아무개 옵티머스 이사(구속)의 아내인 이아무개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할 때 옵티머스 지분을 차명으로 전환한 것도 개인의 일탈 내지 부부간에 벌어진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야당의 공세에 맞서기에 별로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청와대로선,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으로 보이며 굳이 정치적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고 본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마치 검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뭔가 감추는 것처럼 비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시간을 끌수록 정치 공세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