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전직 통일부 장관 및 남북관계 원로들과 오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이 거친 설전을 주고받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남북관계 원로들을 초청해 점심을 함께하며 조언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주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인내심을 갖고 극복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등 전직 통일부 장관 그리고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며 최근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해 고견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핵심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남북이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들을 해가는 것이라고 조언을 드렸다”며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와 6·15 남북공동성명 20주년 기념사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이제는 주변 참모, 장관들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제재 완화 등 남북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는 최근 상황을 비판하며 외교·안보진용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문 대통령은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전단 단속은 좀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고 한다. 박지원 전 의원은 이날 저녁 <와이티엔>(YTN) 방송에 출연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건의를 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대화와 인내를 통한 해결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에 관해 ‘표현이 좀 과했다. 아무리 그래도 좀 너무한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표시하더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대북전단은) 현행법으로도 단속이 가능한데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잘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북한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미국 정부가 톱다운 방식이 아니더라. 밑(실무자)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어렵지만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나 대남 비난전에 의연했다”며 “국민이 이런 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실망하셨을 것이라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성연철 노지원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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