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3.1절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코로나19가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며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지난 100년,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되었듯, 반드시 ‘코로나 19’를 이기고 경제를 더 활기차게 되살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열린 101회 3·1절 기념식에서 “우리는 국가적 위기와 재난을 맞이할 때마다 3·1 독립운동 정신을 되살려냈다”며 “오늘의 위기도 온 국민이 함께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라고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표시했다.
이날 기념식은 코로나19 탓에 광화문 광장(2019년)이나 서대문역사공원(2018년)이 아닌 청와대에서 가까운 배화여고에서 소규모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3·1 독립운동 정신이 국난 극복의 저력이 됐다면서 코로나19 역시 함께 이겨내자고 말했다. 그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 곳곳의 시장과 상가로 확산하고 있고, 은행과 공공기관들도 자발적으로 상가 임대료를 낮춰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성금을 내고 중소 협력업체에 상생의 손을 내밀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채 격리병동에서 분투하고 있다”며 “고통을 나누고 희망을 키워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이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대구 경북 지역에는 응원을 보냈다. 그는 “전국에서 파견된 250여명의 공중보건의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인 많은 의료인, 자원 봉사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뒤로 한 채 대구·경북을 지키고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성금과 구호품을 보내주고 있다”며 “대구 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1 운동은 광복까지 이어진 독립운동의 씨앗이나 샘물이 됐다고 했다. 그는 “1919년, 한해에만 무려 1542회에 걸친 만세 시위운동으로 전국에서 7600여 명이 사망했고, 16000여 명이 부상했으며,
4만6000여 명이 체포·구금됐다. 일제의 탄압이 가혹했지만, 우리 겨레의 기상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며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에만 무장항일 독립군의 국내 진공작전이 무려 1651회나 펼쳐졌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해 6월과 10월 각각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 승리를 언급하면서 “봉오동, 청산리 전투 100주년을 맞아 국민들과 함께, 3·1독립운동이 만들어낸 희망의 승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 유해를 봉환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민이 기뻐할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평민 출신 위대한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드디어 국내로 모셔올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하며,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조국으로 봉환하여 안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에는 보건 분야 공공 협력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과도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며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 공동체”라며 접경지역 협력과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를 제안한 바 있다.
일본에 관해서는 “언제나 가까운 이웃”이라며 “과거를 직시해야한다”는 원칙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 역사를 거울삼아 함께 손잡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길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음에도 양국이 동시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해 메시지를 절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