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부산/청와대사진기자단
“지금 당장 우리가 기술 문화를 선도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경우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단기간 집중을 통해 완성해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
케이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만든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5일 한국과 아세안 정상들 앞에서 한 말이다. 방 대표는 “우리는 기술 문화를 선도해왔던 나라와는 다른 문화·역사적 배경을 지녔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다른 시선을 견지하고,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우리가 들끓는 역사 속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만이 발견할 수 있는 보편성과 동시대성이 있다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방 대표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객석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과 쁘라윳 짠오차 타이 총리,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등 600여명은 숨죽여 경청했다. 방 대표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딸림행사인 ‘문화혁신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방 대표가 제시한 ‘좋은 문화 콘텐츠 전략’은 모든 문화권에서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폭’과 특정 취향 집단의 열광을 이끌어내는 ‘깊이’를 동시에 갖추라는 것이었다. 방 대표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세상에서 발언을 끄집어내고 색깔을 추출할 수 있는 사람, 전세계에 말을 걸고 전세계로 하여금 그 발언에 응답하게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내일의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브라이언 차우 IME 대표, 아웅산 수찌 미얀마 국가고문,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문 대통령, 방식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부산/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도 문화혁신포럼에서 “한류의 시작은 아시아였다.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를 아시아가 먼저 공감해주었고, 아세안이 그 중심에 있었다”며 한국과 아세안의 문화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아세안과 한국이 만나면 아세안의 문화는 곧 세계 문화가 될 수 있다”며 “문화혁신포럼도 내년부터 정례적으로 개최해 아세안과 협력해 글로벌 문화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미래세대의 상호이해와 우정을 깊게 다지는 문화교류의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세계적인 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대표도 나와 현지화 전략을 소개했다.
부산/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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