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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권력형 비리, 공수처 외에 대안 없다”

등록 2019-10-22 10:35수정 2019-10-22 13:32

국회 시정연설서 “공정 위한 개혁 강력 추진”
“국민 위한 기관 평가받을 때까지 검찰 개혁”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에는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단단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한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서 “‘공정’이 바탕이 되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조국 사태’ 과정에서 잇따른 대규모 집회를 염두에 둔 듯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고 인정한 뒤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자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공정에 관한 국민의 눈높이가 정부의 잣대보다 더 높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다시 확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며 “공정이 바탕이 되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공정을 거듭 강조한 것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이 정부가 내건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간판 구호가 심각하게 흔들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정의 기치를 다시 세우지 않고서는 임기 후반기 신뢰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는 “검찰이 더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고 대규모 검찰 개혁 집회를 본 소감을 언급한 뒤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0월 안에 “심야 조사와 부당한 별건 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제정하겠다”며 속도감 있는 개혁을 약속했다.

특히 그는 국회에서 진통을 겪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역설했다. 공수처 외엔 지금 대안이 없으며, 공수처가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정농단도 없었을 것이라는 논거를 세웠다. 그는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를 향해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대립이 심해진 여야 정치권에 야여정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 등 소통도 제안했다. 그는 “여야정이 마주 앉아 함께 논의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하여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국정상설협의체는 2018년 8월 석 달에 한번 열기로 했지만 지난해 11월 첫 회의 뒤 유명무실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또 국회를 포함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 폭을 넓히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종교 지도자 오찬을 한 바 있는데, 이후 각계 인사들과 더욱 많이 접촉면을 늘려가겠다는 의중을 표시한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가장 집중할 분야가 민생과 소통”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다”며 “제때에 맞는 판단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야 한다.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 ‘조국 법무장관’ 구상이 사회적 반발과 갈등을 일으킨 것을 체감한 뒤 임기 반환점(11월9일)을 앞두고 소통과 협치에 신경을 쓰겠다는 뜻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확대 편성을 통한 신속하고 적극적이며, 과감한 집행을 강조했다. 그는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재정이 앞장서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고 나아가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 대비 40%를 넘지 않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보다 크게 낮아 재정 건전성이 최상위 수준”이라며 확대 재정을 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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