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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다윗’ 기업 찾아…“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강소기업엔 기회”

등록 2019-08-07 17:37수정 2019-08-07 22:18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에스비비(SBB)테크를 찾아 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반도체와 로봇 등 정밀제어에 필요한 감속기와 베어링 등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정밀 설계와 가공 기술을 적용해 높은 회전 정밀도와 저진동, 저소음을 구현하는 감속기)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김포/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에스비비(SBB)테크를 찾아 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반도체와 로봇 등 정밀제어에 필요한 감속기와 베어링 등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정밀 설계와 가공 기술을 적용해 높은 회전 정밀도와 저진동, 저소음을 구현하는 감속기)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김포/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세계 시장 점유율 73.3%의 일본 ‘골리앗’ 기업에 도전하는 0.27%의 한국 ‘다윗’ 기업을 찾아갔다. 기술력은 있지만 판로 확보가 쉽지 않았던 국내 중소기업을 방문해 지원을 약속하며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정밀제어용 감속기 전문기업 에스비비(SBB)테크를 방문해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임직원 30여명을 격려하며 “수출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데 에스비비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비비테크는 반도체·엘시디(LCD)장비·로봇 등 정밀제어에 필요한 감속기와 베어링 등을 생산하는 매출액 92억원(2018년 기준)의 작은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 수입하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지만, 실증 테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소규모 시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회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술력이 한 나라를 먹여 살린다. 우리에게는 에스비비테크처럼 순수 국내 기술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강소기업이 많이 있다”며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해 우리 국민과 정부,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부품·소재 기업, 특히 강소기업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국내에서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처로 우리 제품으로 대체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일본의 부품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기업들에는 당장 어려움이 되고 있지만, 길게 보고 우리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기회로 삼아나갔으면 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김포 에스비비테크를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김포 에스비비테크를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비비테크가 국산화에 성공한 감속기는 일본 업체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시장점유율 73.3%)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로봇업체들은 하모닉 감속기를 수요에 맞춰 공급받기가 쉽지 않았지만, 장비산업 특성상 신규 업체인 에스비비테크의 감속기로 교체하기도 어렵다. 감속기 자체는 일본의 전략물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감속기의 핵심 부품인 베어링은 전략물자에 해당한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실제 이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는 “일본 수출규제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냐”는 문 대통령의 물음에 “완벽하게 국산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다)”라고 답했다. 류 대표는 “초기에는 제품의 신뢰성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서 힘들었다”면서도 “로봇 대기업에 납품해야 하는데 지금 저희 샘플이 들어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말에는 납품 수량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등에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이 국산 부품 소재 구입과 공동개발, 또 원천기술 도입 등 상생의 노력을 해주실 때 우리 기술력도 성장하고 기업들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국이 지디피(GDP·국내총생산) 대비 아르앤디(R&D·연구개발) 지출을 따지면 세계 1위다. 이제 국가 아르앤디 과제를 좀 더 중소기업 쪽으로 더 많이 배분되도록 해달라”는 지시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동행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제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게 품질의 공적 인증 절차까지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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