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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청와대 ‘러시아 영공 침범’ 두고 혼선

등록 2019-07-24 20:05수정 2019-07-24 21:52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김정효 기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김정효 기자
청와대가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침범 원인에 대해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국제법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청와대는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진입’이라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의 무관의 발언을 공식입장이라고 주장하는 등 청와대의 상황 파악에 대해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카디즈 침범 여부에 대한 러시아 쪽의 상반된 의견을 전했다. 윤도한 수석은 이날 오전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러시아 쪽의 입장이 있었다. (군용기가)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러시아 무관이) 밝혔다”고 말했다. 러시아 무관이 우리 국방부 정책기획관을 만나 한 대화를 보면, 러시아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침범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저녁 윤도한 수석은 러시아 쪽의 바뀐 입장을 다시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한국 정부에 보내온 전문을 통해 “러시아 우주군 소속 전략폭격기와 조기경보통제기가 계획된 비행을 수행했다”며 “한국 F-16 전투기 두대가 러시아 공군기에 접근해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위협했다”며 오히려 한국 쪽으로 책임을 돌렸다. 윤 수석의 오전 브리핑과 달리 러시아는 군용기의 기기 오작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러시아 쪽이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침범’을 인정했다는 윤 수석의 설명이 전날 러시아 국방부가 낸 발표문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던 차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23일 밤 “임무 수행 과정에서 양국 공군기들은 관련 국제법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했다. 객관적(비행) 통제 자료에 따르면 외국 영공 침범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수석은 전날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가 있었는데도 대령급인 러시아 무관의 상반된 이야기를 전달한 이유에 대해서 “전달할만한 필요가 있어서”라고 답했다. 윤 수석은 러시아의 공식 입장이 하루 사이에 바뀐 것에 대해서는 “외교부나 국방부에서는 짐작하는 것은 있지만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무관의 발언이 공식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오전 브리핑에선 “일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보도도 하고 그랬지만, 전체 상황이 이렇다”고 말한 바 있다. 동해에서 러시아와 중국, 한국과 일본의 공군기들이 엉켰던 상황에서 ‘조기에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쪽’으로 설명하려는 의도가 엿보인 대목이다. 윤 수석은 오전 브리핑 내용을 누가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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