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양국 간에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북미 협상의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뒤 공식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북미 양 정상의 대화 의지는 퇴색하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 미국이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소강상태 속에 있다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를 교환하는 상황에서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한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타협에 이르지 못했던 ‘비핵화’ 정의에 대해서는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대해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의 전면 폐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완료했을 때를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루어진 것, 다시 말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도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나와 세차례 회담에서 빠른 시기에 비핵화 과정을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비핵화와 연계시켜 말한 적도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당히 유연성이 있고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고 추켜올리며 “김 위원장이 우려하지 않고 핵 폐기 실행을 결단할 수 있는 안보환경을 만드는 것이 외교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등 북한과 대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면 경제협력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과 비핵화 과정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면 개성공단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이며,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적 또는 단계적 완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과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맞교환하는 것인 더 큰 진전을 위한 공정한 거래라고 여기는지’ 묻는 질문에는 “남북한 경제프로젝트 재개와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맞교환하자고 주장한 바 없다”며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경제협력사업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후 맞이하게 될 ‘밝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 모두에게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로서 문 대통령은 북미 양쪽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 경제교류의 활성화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견인하는 새로운 협력질서 창출에 이바지할 것이다. 지난해 제안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도 그런 구상 속에서 나왔다. 이는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 경제공동체, 다자평화안보협력체제 등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일본·중국·러시아 통신사들에게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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