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반부패가 풍토가 되고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은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반칙과 특권을 일소하고 공정과 정의의 원칙을 확고히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패 사건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부패가 풍토가 되고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정부 출범 2년이 되는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깨끗해지고 공정해졌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때”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은, 국민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기성세대가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며 관행으로 여겨온 반칙과 특권은 청년들에게는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절망하게 만드는 거대한 벽”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출발선이 아예 다르고, 앞서 나가기 위해 옆구리를 찌르는 것이 허용되는 불공정한 운동장에서 사회적 신뢰는 불가능하다. 원칙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반칙을 하면 이득을 보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이날 △호화생활자 신종변칙탈세 근절 방안 △노인장기요양기관 비리 근절 방안 △학교회계부정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논의되는 사안들은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 안건으로 올라온 ‘노인장기요양기관 비리 근절 방안’은
<한겨레> 창간기획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보도를 통해 실상이 낱낱이 전해진바 있다. (
▶관련 기사 묶음: [창간기획]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기자가 직접 요양원에서 한달을 근무하며 경험하고 재가방문요양보호사(방문요양보호사) 심층 인터뷰를 통해 노인 돌봄의 그림자를 다룬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이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기관을 고발하고 수사 의뢰한 사건 가운데 확정된 판결문 39건도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들머리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일부 요양원이 기준 이하의 인력을 배치하고 운영을 속여 부정수급을 하고, 보조금을 착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으로 어르신 2.5명을 담당해야 하는 요양보호사가 9명을 담당하는 사례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고 이를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돌봄의 질은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환경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강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어르신들의 인권도 훼손된다”며 “요양기관의 회계와 감독,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을 과감하게 개선해 주기 바란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고의적으로 면탈하고, ‘조세정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악의적 고액 상습 체납자는 반드시 엄정하게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고, “회계·채용·입시 부정 등 비리가 발생한 대학에 대한 집중 관리와 대학 자체 감사에 대한 교육부의 감독을 강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문무일 검찰총장, 한승희 국세청장, 민갑룡 경찰청장, 최재형 감사원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은 한두 해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정의로운 나라를 염원하는 민심의 촛불은 직장과 학교,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뜨겁다. 국민의 염원과 기대에 반드시 부응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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