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세종시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 살림 계획을 세우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지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자영업자와 고용시장 밖에 놓여있는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은 참으로 아픈 부분”이라며 “고용 확대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같은 고용안전망 강화, 자영업자 대책 등에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일년에 한번 대통령·국무총리·부총리 등 국무위원과 여당, 청와대 등이 모여 중장기 재정 계획을 세우는 회의다.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세종시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으로,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세종시 기능을 강화하고 세종 중심의 행정정착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 지출에 대해 건전성을 우려하기보다 ‘투자’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가 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은 결코 소모성 ‘지출’이 아닌,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개선을 위한 ‘선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아이엠에프(IMF) 등 국제기구에서도 우리에게 추경 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긴급하게 노동·복지 예산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보수적인 관점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 등과 관련해 국회의 협조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효과가 반감되고 선제적 경기 대응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모두 발언 뒤 시작된 1세션 회의에서는 홍남기 부총리가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와 관련해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의 소득개선, 일자리 창출, 미세먼지 저감 투자, 혁신성장 위한 아르앤디(R&D·연구개발) 투자, 무역 다변화 위한 신남방·신북방 지원, 남북 간 판문점선언 이행 지원 등을 위한 분야를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향상이 중요하다. 또 취약계층의 복지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이동성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취약계층의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육과 함께 취약계층 아동들이 충분한 보육을 받을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자리 사업에 재정을 지원할 때 성과 기준으로 철저히 점검해 일자리 지원 사업이 정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을 언급하며 “저출산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과 별도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적 재정혁신 방안까지 함께 강구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부처별로 관성에 따라 편성되거나 수혜계층의 이해관계 때문에 불합리하게 지속되는 사업 등을 원점에서 꼼꼼히 살피고 낭비 요소를 제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논의된 내용은 내년 예산안 편성과 국가재정운용계획(2019~2023년) 수립에 적극 반영된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