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2돌을 맞아 이날 밤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한국방송>(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비록 단거리라도 탄도 미사일이라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로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결정이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를 열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 지지를 표해줬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축복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그것이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발표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좋아한다. 좋은 관계에 있다. 나는 김 위원장과 대화하고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될 거라 기대한다”고 했고 대화의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직접 식량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비축하는 재고미가 국내 수요를 넘어 보관 비용만 해마다 6천억원 정도 소요된다”며 “북한의 심각한 기아 상태를 외면할 수 없고, 동포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화 교착 상태를 열어주는 효과도 준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식량지원에)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식량지원에) 남북 협력기금을 사용해야 하는데 사후에 국회에 보고도 해야 한다”며 “패스트트랙 문제 때문에 여야 정국이 교착 상태인데 그런 문제는 별도로 해결해도 대북 식량지원은 대통령과 여야가 함께 모여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발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북 식량지원을 하는 데 대해 “국민의 공감과 지지도가 필요하고, 여야 사이에 좀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양국이 비핵화 대화의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완전히 일치를 보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자신들의 완전한 안전 보장을 원하고, 이 점에 대해 북-미, 한국까지도 합의가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이것이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교환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세스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한데 이 점에서 의견이 맞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는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북한에 아직은 재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북한 나름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있어 대화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제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지금부터 북한에 지속적으로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로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판문점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이뤄진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아주 진솔하게 표명했다”고 문 대통령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당시 ‘핵 없이도 안전할 수 있다면 우리가 왜 제재를 무릅쓰고 힘들게 핵을 갖고 있겠느냐’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과 회담해본 경험이 없고 참모들도 경험이 별로 없는데 회담을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는 조언도 구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주로 김 위원장이 내게 묻고 제가 답해주는 시간이었다”며 “두 사람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같은 민족이 같은 언어를 사용해 통역이 없어도 된다는 게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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